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합의금 1조원’으로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양측의 갈등은 오히려 더 심화되는 모습이다. 추석 이후 영업비밀 침해 관련 최종 판결이 내려질 예정인 가운데, 양측이 언제쯤 화해의 악수를 나누게 될지 주목된다.

◇ 또 다시 ‘으르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및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면서다. 이후 양측은 영업비밀 및 특허 침해와 관련해 맞소송을 주고받으며 격렬하게 충돌했다. 국내 대기업간에는 이례적으로 거침없는 설전을 벌이며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지난해 9월 양사 수장이 회동을 갖기도 했으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2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인정하며 조기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의제기 절차에 돌입했으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전세는 LG화학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어 지난 8월에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국내 소송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사가 갈등을 멈추고 합의점 찾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실제 한동안 양사의 갈등 표출이 비교적 잠잠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9월에 접어들면서 양사는 다시 거침없는 공세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LG화학은 이달 초 ITC 측에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억지주장을 멈추고 소송에 당당하게 임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뒤이어 팩트체크 형태의 입장문을 추가 발표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강한 반발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던 LG화학은 지난 27일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자사의 요청을 지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IT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서류제출 기간 상의 문제로 OUII의 의견서엔 자사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재차 반박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자사 자료 무단 유출을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다. 디지털 포렌식 조사과정에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자료를 무단 유출하려한 것과 관련해 이달 초 ITC에 포렌식 조사를 요청했으며, OUII도 이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특허소송에서 직면한 중대한 법적제재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요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여러모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모습이다.

◇ ITC 최종결론 ‘임박’

점입가경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은 추석 이후 중대 기로를 마주하게 된다. 양사의 갈등이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극적인 합의에 대한 기대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ITC는 당초 다음달 5일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이를 다음달 26일로 연기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던 소송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SK이노베이션의 패소 최종 확정, ITC의 추가 조사, 조기패소 결정 전면 재검토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이처럼 중요한 결론을 앞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신경전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해당 소송의 결과가 전체 갈등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다, 다른 소송과 관련해서도 설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종 결론을 전후로 극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시간을 끌수록 양사 모두 손해인 것은 사실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합의금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여전히 현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양사의 감정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여서 말 그대로 ‘극적인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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