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오는 11월 예정된 가운데 최근 친문의 ‘김경수 띄우기’가 두드러지고 있다./뉴시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오는 11월 예정된 가운데 최근 친문의 ‘김경수 띄우기’가 두드러지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차기 대선에서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상수일까 변수일까. 친문 진영은 최근 김 지사를 대선 상수로 굳히기 위해 ‘대망론’ 띄우기에 나선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에 발맞춰 김 지사도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이후 보석으로 석방된 바 있다.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11월 6일 예정돼 있다.

친문 진영은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처럼 김 지사도 사법적 족쇄에서 풀려나길 고대하고 있다.

현재 여권에는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 안전판이 돼주고, 다음 정권에서도 친문의 영향력을 유지시켜줄 유력한 ‘친문 적자’ 대선후보가 없기 때문에 친문은 김 지사에게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오는 11월로 다가오면서 친문의 ‘김경수 띄우기’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친문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경수 지사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과 관련, “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동안이라 그렇지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며 “이재명 경기지사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고 강조했다.

친문 인사인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25일 밤 공개된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김 지사에게 여러 차례 대선 출마를 권유하는 질문을 했다.

김씨는 “행정가, 도지사 김경수의 면모를 우리가 보자”며 “왜냐하면 내년이 대선의 해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양강 구도인데 2심이 결정되면 대선 레이스 뛰어드냐”고 물었다.

이에 김경수 지사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수도권으로만 사람과 돈이 몰리는 문제를 차단하겠다”고 밝혔고, 김씨가 거듭 “그래서 대선에 뛰어들겠다?”라고 묻자 “시도 단위로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니까”라고 답했다. 김 지사가 국가 차원의 문제 해결 의지를 나타내자 정치권에서는 향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지난 17일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2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 내내 김 지사와 함께 움직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김경수, ‘무죄 자신’?

친문 진영이 ‘김경수 띄우기’에 나선 가운데 김 지사도 정책 이슈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정부여당이 ‘전국민 2만원 통신비 지원’ 방침을 세우자 페이스북을 통해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들어가는 예산으로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 사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사는 최근에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이재명 경지도지사와는 달리 선별 복지를 위한 ‘소득·자산 통합관리 시스템’ 마련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겸 태풍 대처상황 점검 영상회의’에서 “보편이냐 선별이냐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의 소득과 자산 파악 시스템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고, 관련 데이터들이 부처나 기관별로 분절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이라며 “보편이냐 선별이냐의 문제는 소득과 자산 파악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문 신동근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지사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호응했으며,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가 이처럼 보폭을 넓히는 것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재판에 대한 ‘무죄’ 자신감을 근거로 대권 플랜을 차근차근 가동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친문이 중립형 후보인 이낙연 대표와 ‘한시적 동거’를 하고 있지만, 이 대표의 대권주자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친문 주자’ 물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또한 김 지사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친문이 급격하게 친문 적자인 김 지사에게 쏠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2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향후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를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계속 앞서고, 두 사람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경우 친문은 이 지사를 누를 수 있는 다른 주자를 고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한국판 뉴딜 네 번째 현장방문 일환으로 경남 창원시 창원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내 태림산업을 방문, 스마트그린산단 보고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수(왼쪽) 경남도지사. 이날 행보를 두고 문 대통령이 김 지사 격려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한국판 뉴딜 네 번째 현장방문 일환으로 경남 창원시 창원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내 태림산업을 방문, 스마트그린산단 보고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수(왼쪽) 경남도지사. 이날 행보를 두고 문 대통령이 김 지사 격려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뉴시스

◇ ‘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 전망도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김 지사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김 지사가 아직은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현재 김경수 지사의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이번 대선후보는 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다음 세대 주자로 봤을 때 김경수 지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는데 당장 김 지사가 대선후보로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지사 정도의 경력으로는 아직은 어렵다, 멀었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해찬 전 대표가 김 지사에 대해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고 언급한 것은 당연히 후진들을 키워줘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는 친문의 김경수 지사 띄우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경수 지사를 만나 격려했다는 내용과 이해찬 전 대표가 김 지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이 담긴 기사를 게재한 뒤 “가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지사처럼 심지어 유죄 판결 받고 법정구속까지 되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이제는 대선후보라고 치켜세운다”며 “이재명 사건과 달리 공범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11월이면 아마도 민주당의 친문 대선후보는 또 한명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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