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 앞서 대화를 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 앞서 대화를 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정치권이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격사건으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피살된 우리 공무원의 시신 훼손 여부를 놓고 격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공무원 피살 후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드러났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 규탄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정부여당의 합당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여야는 추석 연휴가 끝난 10월 7일부터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북한의 피격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국감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 시신 훼손 놓고 여야 시각차

여야는 전날(28일) 본회의에서 북한 피격사건에 대한 대북규탄결의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24일 여야 만장일치로 대북규탄결의안 본회의 상정을 채택했다.

그러나 여야는 끝내 결의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우리 공무원 시신 훼손 여부에 따른 이견 때문이다. ‘시신을 불태우는 등 반인륜적 만행’이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북한이 시신 훼손을 부인하는 관계로 사실관계 확인 전까진 해당 문구를 빼야 한다는 민주당 제안에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면서 여야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구체적 정황을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북한에서 미안하다는 문건을 보내왔다는 이유로 국방위를 통과한 결의문을 대폭 고치자고 했는데 그걸 고치면 규탄이 안 된다”며 “규탄이 아니라 북한 입장에 도움이 되는 결의문을 하자고 하니까 저희들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북한의 우리 공무원 시신 훼손을 기정사실로 보는 주된 근거는 국방부 보고를 통한 정황이다.

주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SI(Special Information·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를 통해 몸에다 연유를 바르고 시신을 불태운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연유란 북한 용어로 휘발유·디젤처럼 무엇을 태우는 데 쓰는 연료”라고 부연했다.

이어 “‘연유를 발라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방부가 얘기해서 (우리가) ‘시신을 훼손했다’고, ‘소각했다’고 하는데 북한에서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민주당은) 그 말을 믿자는 것”이라며 “일단 국방부 말을 믿어야 할 것이고 국방부 말을 믿게 된 동기는 그냥 판단이 아니라 정확하게 들었다는 데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5일 대한민국 정부에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정체 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우리 공무원 시신 훼손 여부와 관련해 국방부 첩보와 북한 입장이 배치되기 때문에 남북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 피격사건 관련, 민주당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황희 의원은 전날(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북측 주장대로 부유물만 태운 것인지 우리 측 첩보망 분석처럼 시신까지 태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남북 양측간 협력적 조사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부유물만 태웠다”는 북한 주장이 거짓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시신도 구명의를 입고 있어 총에 맞아도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며 “시신도 부유물이고 기름도 10m 떨어진 곳에서는 부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40분간 불탔다면 많은 양의 기름을 부은 것”이라며 “시신을 태우지 않고 부유물만 태우는 데는 40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상황실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상황실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국감 전열 가다듬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전날(28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국감 정국을 맞기 위한 예열 작업에 들어갔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존재 이유는 국민을 대표해 행정부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가장 앞 순위”라며 “문재인 정부 국정은 안보, 외교, 경제, 민생, 보건 어느 한 곳도 성한 곳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공무원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고 대통령이 48시간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 정권과 민주당의 실정을 이번 국감을 통해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도 북한 피격사태 관련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앞 1인시위를 위해 각 시간대별로 의원들을 배치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주 원내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 등이 직접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추석연휴가 끝나는대로 민주당에 대정부 긴급현안질의 개최 협조를 거듭 제안할 방침이다.

배 원내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조금 늦었지만 민주당이 내팽개친 진실의 기회를 다시 제안한다”며 “연휴 뒤인 6일 본회의를 열어 대정부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하자”고 했다. 이어 “면피성 규탄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억울한 희생에 관한 진실을 담은 대북규탄결의를 하자”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야권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불행한 사건을 정쟁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우리 국민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을 이용해 상식에서 벗어난 과도한 정쟁으로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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