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일명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보수진영 어젠다인 노동시장 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정경제 3법과 함께 노동법을 투트랙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와 보수진영 일각에선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기업경영을 옥죄는 기업규제 3법’이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좌클릭 행보로 당을 진두지휘 중인 김 위원장에게도 비판의 목소리가 닿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노동법 개혁을 거론한 김 위원장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김종인의 노동법 추진에 한국노총 반발

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새 당사에서 개최한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전 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공정경제 3법 뿐 아니라 노사관계, 노동법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OECD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고용률은 141개국 중 102번째,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 유연성은 84번째를 차지하고 있다”며 “모두 후진국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이후 산업 구조가 개편되면서 사회 여러가지 것들이 변화했는데 성역처럼 되고 있는 것이 노동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새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경제가 융통성 있게 돌아갈 수 없다”며 “공정경제 3법 뿐 아니라 노동 관계법도 한꺼번에 (개편)해야 산업구조를 변경하는 데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법 개편이 거대노조 등에 불편한 정책방향이라고 해서 노동법 문제를 방치하면 향후 4차 산업혁명 전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노동법과 공정경제 3법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공정경제 3법은 공정경제 3법대로, 노동법은 노동법대로 따로 개정하자는 것”이라며 별개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노동개혁 제안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대형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의 보수 야당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애먼 노동법으로 옮겨붙지 않길 바란다”며 “그렇게 되는 순간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개혁이라고 불렀던 도로 박근혜 정당에 다름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종인(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 당사에서 현판식을 마친뒤 국민의힘 희망트리에 메세지를 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 당사에서 현판식을 마친뒤 국민의힘 희망트리에 메세지를 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친노조’ 정부여당 압박 수단?

노조의 강력 반발이 예견됨에도 김 위원장이 새 당사 첫 회의라는 의미 있는 자리에서 노동시장 개편을 공식 거론하고 나선 데 대해 당 일각에서는 ‘필요한 지적’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가운데 노동법 개혁 제안은 시의적절했다는 분석이다.

또 전 국민에게 민감한 노동시장 개편 의제를 특정 진영논리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는 김 위원장이 강조해왔던 탈이념과도 궤를 같이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공정경제 3법과 노동법 개혁 모두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느닷없이 나온 발언은 아니다. 기존 (김 위원장) 입장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노동법 개혁 화두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노조에 친화적인 정부여당 압박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 부담인 공정경제 3법을 추진 중인 정부여당이 정작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혁에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정부여당이 노조 눈치를 보면서 노동법 개혁에 대해 미적지근하게 대응한다면 '노동시장 개혁 문제를 진영논리에 따라 판단한다'는 야권 프레임 공세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향후 노동법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