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LH 통해 3자 매입 방식 진행”… LH “확정 난 것 없어, 난감한 상황”
LH와 사전 조율 없이 통보… 서울시, 공원화 강행만을 위해 윽박지르는 꼴
업계 “서울시, 사유재산권 침해… 땅 헐값에 사려 갑질 횡포” 비난 속출

대한항공이 건립을 추진 중인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호텔 부지
대한항공이 과거 호텔 건립을 추진했던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현재 대한항공은 해당 부지를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지만 서울시의 횡포로 매입을 검토하던 기업들 마저 모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한 잡음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이 땅의 용도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고, 매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3자 선매입 후 향후 시유지와 교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러한 사업계획은 LH 측과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재 국민권익위원회 측의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LH를 통해 이 땅을 사들여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매입 당사자로 거론된 LH 측은 서울시 발표 직후 송현동 부지 매입과 관련해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LH 측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지난 9월말 송현동 부지의 공원지정 및 공적 목적을 위해 매입사로 나서줄 것을 요청 받은 바는 있지만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며 “서울시는 LH 측과 논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지난달 말 갑작스런 통보 식으로 해당 내용을 전해와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시는 땅 주인과의 협의를 마치지 않았음은 물론, 매입 주관사로 언급한 LH 측과도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의 이 같은 모습은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를 강행하기 위해 기업을 윽박지르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 같은 행정 처리를 두고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무마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성급하게 공개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3만6,642㎡ 면적의 토지로, 시세가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부지의 보상금으로 4,671억원을 책정했고, 대한항공 측은 헐값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2월, 해당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후 서울시는 돌연 이곳을 매입해 소나무숲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서울시 측은 “대한항공이 송현동 토지 매각 주관사 선정 등 공개 매각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부지매입 및 공원화 추진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입장 발표는 파장이 컸다. 서울시의 선언으로 인해 결국 송현동 부지는 건축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토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해당 부지 매입을 검토하던 기업들은 하나둘씩 등을 돌렸으며, 지난 6월 예비입찰에 단 한 곳의 기업도 참여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부지를 매입하더라도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으로 인해 개발을 하지 못한 채 다시 재매각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와 관련한 서울시 측의 횡포를 알리고 시정권고를 구하고자 권익위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마저도 무시한 채 공원화를 강행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서울시의 행정 처리에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어 자구책으로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려는데, 서울시의 지속적인 공원화 강행 모습은 해당 부지를 헐값에 구매하기 위한 초석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게 갑질 횡포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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