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 연석회의에서 ‘공수처 출범’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 연석회의에서 ‘공수처 출범’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최근 여권에 온갖 악재가 끊이지 않았지만 민심은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관련 의혹으로 인한 ‘추풍’(秋風)과 실종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인한 ‘북풍’(北風)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미국행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수세에 물렸었다. 정부가 개천절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광화문광장 일대에 차벽을 설치면서 ‘재인산성’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거기다 민주당 내에서 윤영찬 의원의 ‘포털 압박’ 논란, 황희 의원의 ‘당직병 실명 공개’ 논란 등 돌출 언행까지 불거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계속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총공세를 퍼부었던 국민의힘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5∼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지난주 대비 0.9%포인트 오른 45.1%였으며 부정평가는 51.4%로 0.5%포인트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이 35.7%로 전주보다 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은 2.5%포인트 하락해 28.7%였다. 두 당의 격차는 7.0%포인트로 다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민심 흐름을 확인한 민주당이 향후 정국 운영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국회 단독 개원을 밀어붙였고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도 모두 독식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믿고 지나친 독주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면서 민주당은 한때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역전당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잃은 민주당이 국회 운영에 있어서 일방 독주보다는 야당과의 협치에 방점을 두고 속도 조절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 공수처 출범·공정경제 3법 처리 박차

그러나 다시 지지율이 회복되고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은 개혁 과제 처리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현 정국의 최대 쟁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다.

민주당은 두 현안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통령선거 1년 전인 내년 3월 9일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이낙연 대표도 임기내 성과를 내기 위해 발걸음이 빨라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8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을 미루며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공수처 출범을 위해 오는 26일까지 추천을 하지 않으면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구성을 막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전체 7명 후보 추천위원 가운데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게 돼 있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구성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혜련·박범계·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야당 추천권을 없애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가진 연석회의에서 “공수처는 우리 사회가 25년 가까이 현안으로 안고 있는 숙제였다. 지난해에 마침내 입법에 이르게 됐다”며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7월 15일에는 출범을 하게 돼 있는데 법도 정해져 있고 사무실도 마련돼 있는데 일 할 사람을 보내주지 않아서 일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숙제가 돼버렸다”면서 “이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돼있다”고 밝혔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국정감사가 끝날 때(26일)까지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우리 법사위는 법사위에 계류 중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통첩성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야당과 경제계에서 반대 입장이 나오고 있는 ‘공정경제 3법’도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계가 ‘공정경제 3법’의 속도와 강도 조절을 요구했지만 정기국회 내 처리를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회는 규제적 법안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대표는 “이것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하기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김태년(왼쪽 두 번째)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태년(왼쪽 두 번째)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민주당, 지지율 상승에 자신감 회복

민주당 의원들도 자신감을 회복한 분위기다. 민심이 야당의 정치 공세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 확인된 만큼 향후 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허종식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각종 악재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국민의힘이 하락한 것과 관련 “추석 때 민심을 들어보니 추미애 장관 문제, 북한 문제 등은 별 문제가 없고 정치 공세인 것을 잘 알고 계셨다”며 “정치 공세는 이제 안 통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이어 “(개혁 과제 처리는) 국감 끝날 때까지는 야당을 기다려 주되 어느 선에 가면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장경태 의원도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가 밝혀지면서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정치 공세였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또 국민의힘에서 개천절 집회를 강행하려는 보수단체에 대해 자제하게 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아 실망감을 줘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 같고 정부가 혼신의 힘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하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장 의원은 개혁 과제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이 반대를 하겠지만 안할 수 없기 때문에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공정경제 3법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이미 필요성을 강조했고, 공수처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찬성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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