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정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로 인한 파장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 오른쪽 두 번째가 조 전 대사대리. /AP-뉴시스
2018년 11월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정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로 인한 파장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 오른쪽 두 번째가 조 전 대사대리.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 2018년 잠적했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와 그가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조성길, 제3국 망명 추진하다 결국 한국행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 시점은 지난해 7월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대사급 인사의 망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이탈리아에서 부인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다. 현지 정치권 인사 등은 조 전 대사대리에게 자녀가 이탈리아에 있다고 밝혔지만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2018년 11월 14일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평양에서 현지로 추격조가 파견된 점을 감안하면 딸은 강제 북송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대사대리 부부는 당초 제3국으로 망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처음 이탈리아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안전이 우려돼 스위스로 도피했고, 이후 프랑스 망명을 시도했지만 좌절됐다. 그 다음에 추진한 미국행도 성사되지 않아, 결국 지난해 2월 북한대사관이 없는 동유럽 국가 주재 한국 대사관을 찾았다.

당시 조 전 대사대리의 부인 이씨는 이탈리아에 두고 온 딸의 신변을 확인하기 위해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고, 이로 인해 북한 당국에 소재지가 노출됐다. 이때 북측은 딸이 잘 지내고 있다며 이씨의 북송을 설득했다. 이씨는 한국행을 거부하고 A국 주재 중국대사관을 통해 북한으로 가려 했지만 실패했다. 

북한이 송환을 요구하며 조 전 대사대리 부부의 입국은 지연됐지만, 지난해 7월 이씨가 최종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이씨는 한국에 정착한 후에도 북한에 있는 딸을 걱정해 돌아가려 했으며, 몇몇 언론에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1년 넘게 정보당국이 숨기고 있던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이 알려졌다. 

◇ 북한에 남은 가족 신변은?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7월 입국 이후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을 걱정해 입국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당초 한국이 아닌 미국 등 제3국으로 망명하려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국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입국 사실을 공개하기 더욱 꺼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망명을 추진하던 당시 북측이 딸의 안전을 빌미로 부인 이씨의 북한행을 회유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언론 공개도 이씨가 북한행을 원해서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북한에 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 등 가족의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탈북민 혐오 정서가 고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외교관이 근무지를 이탈해 한국으로 망명하면 북한이 ‘배신자·변절자’로 규정한다"며 “변절자, 배신자의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조 전 대사대리 부부의 한국 정착 관련 정보를 공개한 한국 국회의원의 발언이 조 전 대사대리 부부와 북한에 있는 딸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하태경 정보위 간사(국민의힘)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을 확인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조 전 대사대리의 정보가 공개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이들 부부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더 큰 위험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 전 대사대리가 망명을 추진하던 당시에도 북한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정착한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나 남북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RFA에 따르면,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북한 고위층이 한국행을 선택한 게 처음이 아니어서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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