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TA “기내 공기 순환 시스템, 일반적인 실내공간 보다 감염률 낮춰”
기내 공기 순환, 시간당 20~30회… 사무실·학교 교실 등 실내보다 월등
항공기 제조사, 유체 흐름 연구 진행… 일반적 실내공간서 2m 이상 거리두기와 비슷

/ 게티이미지뱅크
항공기 기내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일반적인 카페나 음식점, 사무실 등 실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해외여행 여객의 수가 급감하면서 항공사들의 매출 타격이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전염력은 과거 유행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두 배 이상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밀폐된 공간에서 집단감염 가능성도 제기돼 항공기 이용객이 급감했다.

실제로 지난 5일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 등 특정한 환경에서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항공기 내에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에어버스·보잉·엠브라에르 등 국제 항공 관계기관 및 항공기 제작사는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 기준 지난 8일,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2,700만명 중 1명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IATA 측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항공기 이용과 코로나19 전염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는 확인된 감염자와 가능성 있는 사례 및 잠재적 사례를 포함해 총 44건 보고됐다. 이 기간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객 수는 총 12억명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IATA 의료 고문 데이비드 파웰(David Powell) 박사는 “12억명의 여행자 중 기내 코로나19 전파의 잠재적인 사례는 단 44건으로, 2,700만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이 데이터가 과소평가 됐을 가능성 등을 감안하고, 항공기 이용 승객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90% 정도 보고되지 않았음을 가정하더라도 270만명 중 1명꼴로, 항공기는 안심하고 이용해도 되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파웰 박사는 “발표된 사례의 대부분은 기내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기 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IATA 측은 이어 에어버스와 보잉, 엠브라에르 등 항공기 제작사에서 별도로 수행한 전산유체역학(CFD) 연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3곳의 항공기 제조사는 각각 세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항공기 객실 내 기류 시스템이 입자의 이동을 제어해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3사의 연구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항공기 기류 시스템과 고효율 미립자 공기(HEPA) 필터, 좌석 등받이의 장벽 역할, 하향 공기 흐름 및 빠른 공기 교환 속도 등 덕분에 기내에서 질병 전파 위험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마스크 착용을 추가하면 바이러스 감염 예방이 더욱 강화돼 대부분의 일반적인 실내 환경보다 항공기 기내가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 IATA
IATA와 전 세계 항공기 제작사는 기내가 일반적인 실내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을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다. / IATA

기내에서 마스크 착용은 6월부터 IATA에서 권장했으며, 이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이륙 지침을 발표한 이후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 지침은 기내에서 코로나19 등 질병이 전파 될 위험이 매우 낮은 안전한 실내 환경을 이미 보장하는 기류 시스템과 더불어 승객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다.

또한 IATA는 기내에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배경에 대해 △승객이 앞을 향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대면 상호 작용이 제한 △승객석 등받이가 앞·뒤 열의 공기 이동의 물리적 장벽 역할 △일반적으로 기내 천장에서 바닥으로 향하는 분할 된 공기흐름 설계로 공기의 전후방 흐름 최소화 △항공기 기내에서 시간당 20~30회 교환되는 공기 순환 장치 △박테리아·바이러스 제거 효율이 99.9% 이상인 HEPA 필터 사용 등을 꼽았다.

특히 기내 공기 순환 횟수는 평균적인 사무실 공간(시간당 평균 2~3회) 또는 학교(시간당 평균 10~15 회)와 비교할 때 높은 수치다.

이와 함께 각 항공기 제조사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서도 서술했다.

먼저 에어버스는 전산유체역학(CFD) 연구를 통해 A320 객실 내에서 기침으로 인한 침방울이 어떠한 흐름을 보이는지 확인했다. 에어버스의 시뮬레이션은 기내 5,000만(50밀리언) 지점에서 초당 최대 1,000회까지 풍속, 방향 및 온도와 같은 매개 변수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동일한 방식으로 항공기가 아닌 사무실이나 교실 등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내에서 승객석 간 잠재적인 노출이 사무실·교실 또는 식료품점(카페 포함)과 같은 곳에서 소비자들이 1.8m(6 피트) 거리를 유지하며 떨어져있을 때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고 에어버스 측은 설명했다.

브루노 파건(Bruno Fargeon) 에어버스 엔지니어는 “가장 정확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매우 상세한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수행했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항공기 객실이 일반적인 공공시설의 실내 공간보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었다”고 말했다.

보잉 측 연구원들도 CFD를 이용해 기침과 호흡으로 인한 입자가 비행기 기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추적했다. 마스크가 있거나 없는 기침 승객, 중간 좌석을 포함한 다양한 좌석에 위치한 기침 승객, 승객의 개별 머리 위 통풍구의 다양한 변형을 포함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연구했다.

단 프리드먼(Dan Freeman) 보잉 수석 엔지니어는 “시뮬레이션 결과 기내 공기 중 입자 수를 기준으로 볼 때 비행기에서 나란히 앉아있는 승객들은 일반적인 건물 내 실내 환경에서 2m(7피트) 이상 떨어져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사진)은 현재 전 세계 항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현금 환불 대신 바우처나 포인트로 대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 대한항공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사진)은 기내 환경이 일반적인 실내보다 코로나19에서 안전하다는 결과를 전했다. / 대한항공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 겸 최고경영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내 조치 및 환경과 이번 연구 결과는 전 세계 여행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것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완전히 위험이 없는 것은 없겠지만, 12억명의 여행자 사이에서 잠재적인 기내 코로나19 전파 사례가 44건에 불과하므로 기내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은 번개에 맞은 것과 동일한 범주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 제조업체의 상세한 전산 유체 역학 연구는 항공기의 기존 공기 순환 기능과 승객들의 기내 마스크 의무착용은 기내 코로나19 감염율이 낮은 환경을 생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항상 그렇듯이 항공과 관련된 항공사, 제조업체 및 모든 기업은 과학 및 글로벌 모범 사례에 따라 승객과 승무원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탑승구 손소독제 비치와 탑승 전 체온 측정, 후열 승객 우선 탑승, 기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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