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여권 인사들의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연루 의혹이 예사롭지가 않다.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은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를 모집한 후 불완전 판매와 부실 운영‧은폐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혔다.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사인 간의 계약 형태를 띄고 있는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피해 규모는 라임의 경우 1조6,000억원, 옵티머스는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긴장감 속에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여권 인사 연루설의 실체에 주목하고 있다.

◇ 여권 연루설 실체는?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 공판에 출석해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모 대표는 라임과 정치권의 연결 고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강기정 전 수석은 12일 김 전 회장의 증언에 대해 “김봉현의 위증으로 명예에 심대한 훼손을 당했다”며 서울남부지검을 찾아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검찰이 김봉현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혐의를 받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전현직 여권 정치인 4명에게 소환을 통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동민 의원은 지난 8월 21일 ‘라임’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지난 국회 임기 4년간 김봉현씨와 단 한번의 연락도, 만남도 없었다”며 “정치 자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이상호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은 김봉현 전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23일 구속됐다. 지난달 18일에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금감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현재 옵티머스 내부 문건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부 문건에는 정·관계 인사들과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 채동욱 당시 옵티머스 고문(전 검찰총장)이 지난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면담하고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 들어간 광주시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문의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자 채 전 총장과 이 도지사 측은 언론을 통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일 언론을 통해 “해당 문건에는 일부 실명이 기재돼 있으나, 청와대와 정계 인사들의 실명이 적혀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옵티머스 사건 관련 회사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지역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이 대표 측은 참모진의 지인을 통해 빌려온 복합기가 옵티머스 사건 관련 회사와 연관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사용료는 정산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대표의 복합기 임대료 의혹에 대해 현재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선 상태다.

강기정(왼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위증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해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강기정(왼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위증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해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 뒤숭숭한 민주당 

민주당은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뒤숭숭한 분위기다.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야당이 특검을 주장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이낙연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옵티머스·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실체가 불분명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찰은 그 대상이 누구든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말고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나 의혹 부풀리기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야당의 공세에 차단막을 쳤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석열 패싱’이라며 특검 도입까지 언급했다”며 “면책 특권 뒤에 숨어 무분별하게 제기하는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권력형 게이트까지 운운하며 실체 불분명한 의혹제기에는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근거 없는 거짓주장과 의혹 부풀리기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으로 규정하며 비판을 가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으로 규정하며 비판을 가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국민의힘,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면서 총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여권 핵심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라임·옵티머스 금융 사고는 우리나라 금융질서를 교란시키는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여권 인사들이 투자자들 주머니를 털기 위해 권력을 동원해 어찌 그렇게 치밀히 팀플레이를 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제대로 발동해서 명확하게 밝히라고 명령하라”며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할 때 살아있는 권력 수사도 철저하게 하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수사 지휘권이 윤 총장이 아닌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초반대책회의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를 거명하며 “서민의 등을 치고 피눈물을 뽑아낸 사기 사건에 정권 핵심 실세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도 모자라 이런 정관계 로비 의혹을 검찰이 공공연하게 뭉개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두 사건의 수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런 조치가 미흡하다면 별도의 수사팀이나 특검에 맡기든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의혹의 사실 여부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권에 의해 장악된 검찰이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관련된 의혹과 제기된 증언만 놓고 보면 단 한명의 연루 인사가 나오더라도 상당한 파장이 예측된다”며 “그러나 검찰이 과연 권력형 비리 수사와 관련해서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검찰 개혁 명분으로 여권에 장악된 상황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사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뜬소문만 제기된 의혹으로 묻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