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감독 데뷔 첫 승을 기록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감독 데뷔 첫 승을 기록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키움이 키움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시즌 막판 거센 파문에 휩싸였다. 리그 종료까지 12경기를 남겨둔 시점, 2위 싸움을 펼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와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연간 1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히어로즈 앞에 이름을 붙였던 키움증권도 뼈아픈 역효과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 12경기 남기고 2위 싸움 펼치던 감독이 사퇴?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8일, 손혁 전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감독 사퇴였다. 

손혁 전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선임됐으며, 계약기간은 3년이었다. 사퇴 발표 당시 키움 히어로즈는 12경기를 남겨놓고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사퇴한 경우는 없었다. 심지어 키움 히어로즈는 손혁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감독 사퇴는 야구계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특히 손혁 감독이 사실상 경질된 것이나 다름없는 정황들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키움 히어로즈를 둘러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번 논란은 키움 히어로즈의 선택이 합리적이었느냐의 단계를 넘어섰다. 그보단 손혁 전 감독은 물론 야구팬과 야구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야구인의 영역을 침범 및 훼손하고, 야구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것이라는 날선 반응이 나온다.

이순철 야구해설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주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갑질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야구 자체를 상당히 무시하고, 야구 감독의 자리를 너무 희화화한 것이다. 39년 간 그렇게 많은 감독들이 잘렸어도 이렇게까지 야구인들이 분개한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월, 키움 히어로즈 출범식에서 이현 키움증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월, 키움 히어로즈 출범식에서 이현 키움증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연간 100억원 쓰고 이미지 얼룩진 키움증권

이로써 키움 히어로즈는 또 다시 잡음을 일으키며 프로야구의 ‘문제아’로 전락하게 됐다.

키움 히어로즈는 앞서도 수많은 사건·사고, 그리고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전 구단주 및 고위경영진이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야구계에서 퇴출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옥중경영’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프로야구의 질서를 흔드는 ‘뒷돈 트레이드’를 비롯해 구단 운영상 총체적 난국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선수단에서도 음주운전, 성폭행 혐의 입건, 선수 간 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이어졌다. 최근에도 한 선수가 성희롱으로 팀을 떠났다.

이처럼 앞서도 수차례 프로야구의 품위를 실추시켰던 키움 히어로즈이기에 “키움이 키움했다”는 조롱 섞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연간 100억원의 적잖은 자금을 투입해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는 키움증권은 뼈아픈 역효과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에 키움증권이 직접적으로 개입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히어로즈 앞에 붙은 ‘키움’이란 이름이 부정적인 의미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시즌부터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과 손을 잡았다. 계약 규모는 연간 100억원, 5년 간 총액 500억원이었다. 적지 않은 규모였지만,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데다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린다는 점에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히어로즈 야구단은 앞서도 많은 사건·사고 및 논란에 휩싸여왔고, 이로 인해 전 메인스폰서인 넥센타이어와 갈등을 빚은 전력도 있었다. 키움증권을 향해서도 이른바 ‘히어로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키움증권은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 ‘히어로즈 리스크’는 다시 한 번 현실이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파문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키움 히어로즈가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더욱 거센 후폭풍과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후임 감독 인선 과정에서도 잡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 전망이다.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프로야구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며 “이번 사태를 (키움 히어로즈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리그의 품위를 떨어뜨리거나 추락시키는 이런 사태에 대해서는 KBO 차원에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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