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상반기 1.5%→ 하반기 3.5%… 할인 폭 줄인 대신 상한 폐지
개소세 할인율 조정 혜택 보는 6,700만원 이상 차량, 판매량 큰 차이 없어
수억 호가 초고가 차량 일부 3분기 판매량 증가세,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망

올해 하반기 개별소비세 조정으로 고가의 차량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받게 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보인다. 사진은 벤틀리 플라잉스퍼. / 벤틀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국가에서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할인율 조정과 관련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이번 개소세 할인율 조정 혜택이 ‘고가 차량’에 집중돼 특정 가격 이상의 수입차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신차 구매 시 부과되는 개소세는 차량 가액의 5%가 정상세율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17일부터 신차 판매 활성화 등 소비촉진을 위해 개소세를 3.5%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까지 적용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후 3월부터 1.5%까지 낮췄다. 할인 폭을 크게 확대하는 대신 개소세 할인으로 인한 혜택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제한했다.

즉, 가격이 2,850만원인 차량의 개소세는 기존 5%인 경우에는 142만5,000원이지만, 1.5% 적용 시에는 42만7,500원만 납부하면 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은 99만7,500원이다. 상한 기준이 없다면 차량 가격이 2,860만원부터는 할인 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하게 되는데, 정부는 과도한 할인 혜택을 방지하기 위해 할인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제한했다. 고가의 차량이나 약 3,000만원 수준의 차량에 돌아가는 할인금액은 100만원으로 동일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개소세 특별 혜택을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3.5%로 조정하면서 할인 혜택 상한액을 폐지했다. 개소세 3.5% 부과 시 2,850만원 차량 구매자가 지불해야하는 개소세는 99만7,500원으로, 5% 부과 시 대비 할인 금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개소세 1.5% 적용 시보다 50만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차량의 가격이 6,7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개소세 할인을 1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등 혜택이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1억원 이상의 차량에 적용되는 개소세 할인 금액이 개소세 1.5% 적용 시 상한액이던 100만원보다 큰 150만원 이상 수준까지 늘어나 판매대수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해 1~3분기 고가 수입차 판매 양상을 분석해보면 개소세 할인율 조정이 고가 수입차 판매에 드라마틱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고가 수입차 판매대수, 분기별 큰 차이 없어

이번 개소세 인하율 변동은 차량 가액이 6,700만원보다 비싼 차량에 혜택이 더해진다. 그러나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배포한 월간 수입승용차 신규등록 자료에 따르면 이보다 고가의 차량 또는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대수 추이를 살펴보면 1·2분기 판매대수가 가장 많거나, 분기를 거듭할수록 판매대수가 감소하는 그래프를 그린다.

먼저 분기별 전체 수입차 브랜드의 총 판매대수는 1분기가 5만4,669대, 2분기 7만3,567대, 3분기 6만3,511대 등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수입차의 판매대수는 1분기 대비 2분기에 늘어났으며, 다시 3분기 들어 매달 약 2만~2만2,000대 수준으로 판매대수가 소폭 줄었다.

세부적으로 차종이나 브랜드를 살펴봐도 3분기 판매량이 늘어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분기 1만5,400대, 2분기는 2만968대, 3분기 1만7,203대 등 판매고를 올려 2분기 판매대수가 가장 많았다. 벤츠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올해 분기별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1분기 1,686대 △2분기 1,664대 △3분기 1,474대 등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분기를 거듭할 때마다 판매대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대수를 비교하더라도 벤츠 S클래스는 올해 1·2분기 더 많은 대수의 차량이 판매됐지만, 3분기는 전년(1,695대)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할인 금액이 더 커진 것과 판매량이 정비례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 각 사
포르쉐와 파나메라는 올해 신차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진은 포르쉐 파나메라(왼쪽)와 랜드로버 디펜더(오른쪽). / 각 사

수입차 브랜드 중 판매 차종의 가격이 6,000만원대 후반 또는 7,000만원대부터 형성돼 있는 브랜드는 포르쉐와 랜드로버 등이 있다.

두 브랜드의 월간 판매대수를 비교하더라도 3분기 판매대수가 늘어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랜드로버의 경우 최근 신차 디펜더를 출시하면서 2분기 판매대수 대비 3분기가 소폭 늘어난 양상을 보이지만, 디펜더 판매대수를 제외하면 2분기와 차이가 없는 정도며 오히려 낮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랜드로버의 월간 및 분기별 판매대수는 △1월 542대 △2월 459대 △3월 493대 등 1분기 1,494대, △4월 281대 △5월 287대 △6월 309대 등 2분기 877대, △7월 311대 △8월 280대(디펜더 26대) △9월 368대(디펜더 84대) 등 3분기 959대를 기록했다. 8월과 9월 디펜더 신차등록 대수 110대를 제외하면 2분기보다 판매량이 낮다. 즉, 랜드로버의 3분기 판매대수 증가는 디펜더의 신차 효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개소세 영향은 크지 않은 모양새다.

포르쉐는 분기별 판매대수가 △1분기 1,378대 △2분기 2,995대 △3분기 1,939대 등이다. 포르쉐의 2분기 판매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배경에는 신차 효과가 있다. 먼저 포르쉐의 주력모델 911 신형이 2월 국내 출시됐으며, 5월에 911 카레라·카레라 4 쿠페 및 카브리올레를 추가로 출시했다.

또 포르쉐 SUV 차종인 카이엔이 4월에 출시됐다. 카이엔은 4월 출시 직후부터 불티나게 팔리며 △4월 565대 △5월 493대 △6월 592대 등 2분기 내내 포르쉐 브랜드의 판매고 상승에 이바지했다. 3분기 들어 7월 632대를 판매하면서 개소세 인하 효과를 보는 듯 했으나, 8월 362대, 9월 207대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개소세가 직접적으로 차량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힘들다.

람보르기니가 올해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 람보르기니

이 외에도 마세라티와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억대를 호가하는 차량들 판매대수도 분기별 판매대수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마세라티와 람보르기니는 분기를 거듭할수록 판매대수가 소폭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세라티는 △1분기 196대 △2분기 203대 △3분기 207대 등 판매고를 올렸다. 람보르기니도 △1분기 58대 △2분기 78대 △3분기 91대 등을 기록하며 분기마다 판매대수가 상승했다.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는 각각 △1분기 46대·32대 △2분기 93대·45대 △3분기 74대·39대 등을 기록해 개소세 조정 직전인 2분기 판매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하는 이들은 차량 구입 금액이나 할인 금액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는지를 더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또 일부 브랜드에서 3분기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소비자들이 차량 계약을 1·2분기에 했으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현상 등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고 한국 배정 물량이 적어 본토에서 선박 선적 및 국내 입항 시기가 딜레이(지연) 되면서 나타난 현상도 감안해야하는 부분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소세 할인율은 차량 구매에 있어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지, 고가의 차량을 구매할 여력이 되면서 신차 구매를 확정한 소비자들은 할인이나 시기와 관계없이 차량을 구매 계약서를 작성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벤츠 G바겐(메르세데스-AMG G63) 차량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생산이 불가능했고 전 세계에서 뜨거운 인기로 한동안 한국 배정 물량이 없던 중 지난 7월말 국내에 물량이 들어왔다. 이후 G바겐은 8월 592대가 신규등록되면서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5위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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