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에 이상징후가 감지된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 위원장에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를 임명하려다 무산된 사건을 계기로 김 위원장 리더십이 급격히 흔들리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전날(12일)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장에 유 전 부총리가 아닌 김상훈 의원을 돌연 임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외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원외 인사가 아닌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준비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반영됐다”는 취지로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특정 계파와 관련된 내부 갈등으로 위원장 교체가 이뤄졌다는 설이 우세하다. 유 전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친박계 인사여서 비박계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견에 따른 갑작스러운 교체였기 때문에 사실상 1인 체제로 5개월간 당을 이끌어온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동력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비공개 회의에서 “이런 식이면 비대위원장을 할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궐선거를 불과 반년 앞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당과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임기조차 제대로 마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 임기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다.

◇ 김종인 비대위, 출범 5개월 만에 암운

국민의힘은 4·15 총선 참패로 무너진 당 재건을 위해 김 위원장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과거 김 위원장이 좌우를 넘나들며 능수능란한 판단으로 당 정비에 발군의 능력을 보인 데 대한 기대감에서 영입했다.

비대위 출범 초기 김 위원장이 당을 빠르게 장악해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제기됐지만, 메아리 없는 함성에 그쳤다. 정당 지지율이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꺾을 정도로 고공행진을 벌인 탓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특혜 의혹·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등 여당의 온갖 악재에 따른 반사효과가 적지 않았지만, 김종인호(號)가 순항할 동력으로 작용했다.

취임 100일에 발맞춰 당명을 개정했고 당색·로고도 변경했다. 정강정책도 5·18 민주화정신을 담는 등 대대적으로 메스를 댔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 5개월이 흐른 현재 김종인 체제에 암운이 드리우는 모습이다. 기본소득이나 전일보육제 등 정치현안 선점으로 간헐적 이슈몰이에 성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 관심 밖으로 멀어지면서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2022 대선 전초전인 재보궐선거가 반년 앞으로 접어들었지만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난립하는 후보군 교통정리를 위해 일찌감치 경선준비위를 꾸렸지만 시작부터 잡음이 일면서 스텝이 꼬였다. 경선준비위원으로 합류했던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도 하루 만에 사퇴했다. 자신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마당에 경선준비위에 몸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지 원장은 경선준비위 출범 전부터 서울시장 후보군에 오르내렸기 때문에 처음부터 배제했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종인 하면 기본소득과 백종원 외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며 “본인 자리를 잡는 데 집중하면서 인물 만들기에 소홀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초선의원들의 질문에 유명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씨를 거론한 바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세도 악재

한때 30%를 넘었던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김 위원장 취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8일 전국 성인 2,516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3%p 내린 28.9%로 집계됐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같은 여론조사업체 기준 김 위원장 취임 당시 지지율인 27.5%에 근접한 수치다. 지지율 하락세에 발맞춰 김 위원장을 향한 공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헛발질을 계속하는데 지지율 하락은 우리 몫”이라며 “모든 정치일정과 인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비대위 문제가 다시 한번 외부로 드러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대안 없이 소리만 요란했던 이슈선점 이벤트가 그 효력을 다해가고 있다”며 “중도, 외연확장을 외치며 정강정책 맨 앞자리를 장식한 기본소득제나 전일보육제 등에 대한 당론 법안 하나 발의한 적 있느냐”고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같은 혼란한 당내 상황 정리에 나섰다. 그는 이날 경선준비위 임명장 수여식 뒤 브리핑에서 비대위 관련 불만 발언에 대해 “4·15 총선 이후 가졌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안이한 사고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선준비위 잡음과 관련해서는 “잡음이 있을 리가 없다. 인선이 확정되기 전에 사람 이름이 노출돼 언론이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라며 “인선에 하등의 잡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하락세와 관련해서는 “지지율은 항상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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