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 구 한국타이어그룹이 사명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구 한국타이어그룹이 사명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구 한국타이어그룹이 바꾼 지 얼마 안 된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가뜩이나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악재가 더해진 모습이다. 야심차게 바꾼 새 사명의 저주라 할 만하다.

◇ 지난해 5월 사명 바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법원은 “사용하지 마”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상호 변경을 의결하고 같은 해 5월 이를 실행에 옮겼다. 지주사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이 같은 새 상호는 이내 송사로 이어졌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가 지난해 11월 자사의 상호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1997년 비전텔레콤으로 설립돼 2012년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으며, 자동차 전장부품·5G 스마트폰 및 IT 웨어러블 유통·건설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인 곳이다. 코스피 상장사이자 샤오미의 한국 공식 총판이며, 최근엔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2,16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법원은 한국테크놀로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5월 한국테크놀로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당장 해당 상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판교에 위치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신사옥의 간판을 가리는 강제집행이 단행되기도 했다.

이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테크놀로지의 상호가 서로 유사해 오인·혼동할 수 있다고 재차 인정했다. 아울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부정한 목적’과 부정경쟁방지법 요건 등이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한국테크놀로지 측은 “공정경쟁, 윤리경영에 모범을 보여야할 대기업이 법원의 상호 사용 금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호를 계속 사용했다”며 “자사의 소중한 자산인 사명 사용을 당장 중단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새 사명의 저주? 간판 바꿔달고 계속 꼬이는 발걸음

이로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새 사명의 저주’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명 변경은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 개막과 맞물려 야심차게 이뤄졌다. 당시 오너일가 2세 조양래 회장이 지주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앞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로 올라섰던 차남 조현범 사장이 채웠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 역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했다. 오너일가 3세 ‘형제경영’이 사실상 완성된 모습이었고, 이와 함께 사명도 변경됐다.

하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간판을 바꿔 단 뒤 거듭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조현범 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조현식 부회장 역시 기소됐다. 새로운 시대의 주역인 두 형제가 나란히 재판장에 서게 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1심에서 유죄 및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으며,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형제간의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난 6월, 조현범 사장은 부친 조양래 회장이 보유 중이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모두 넘겨받았다. 오랜 세월 유지돼왔던 두 형제의 균형이 깨지고 차남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이다.

그러자 다른 형제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양래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을 신청하고, 조현식 부회장 역시 여기에 가세했다. 두 사람 모두 조현범 사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부친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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