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년을 맞은 롯데지주가 이동우 대표 체제를 맞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롯데
출범 3년을 맞은 롯데지주가 이동우 대표 체제를 맞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롯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출범 3년째를 맞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가 전환점에 섰다. 롯데지주 초대 사령관을 맡은 황각규 체제와의 종식을 고하며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착수할 채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전환의 시기에 맞물려 갖가지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어 중책을 짊어진 이동우호(號)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 출범 3년 맞는 롯데지주… 새 출발부터 잡음

롯데지주가 본격적으로 ‘이동우 시대’의 막을 올렸다. 롯데그룹은 지난 8일 임시주총을 열고 수장 역할을 한 이동우 신인 대표의 선임을 공식화했다. 롯데지주는 표면적으로 신동빈 롯데 회장, 송용덕 부회장 그리고 이 대표가 주축을 이룬 ‘쓰리 톱’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인 골잡이 역할은 이 대표가 맡게 된다. 송 부회장의 역할이 인사 등 내치에 집중돼 있는 반면, 이 대표는 전략과 재무·투자 등 그룹의 경영 전반을 보필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유통 산업 환경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고 있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지주의 역할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지만, 정작 그룹에서 지주가 갖는 위상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동우 시대를 맞아 롯데지주의 슬림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황각규 부회장 퇴진과 맞물려 연속적으로 인사 조처를 단행, 140명 수준으로 조직 규모가 감소했다. 약 18%(3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HQ를 떠나 계열사로 이동했다. 이르면 연말까지 40명 가량이 추가적으로 지주사를 떠날 것이란 전망이다.

매년 연말 시즌에 정기 인사를 단행해 온 롯데가 이례적으로 ‘8월 인사’를 단행할 정도로 지주사 수술이 불가피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여기엔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도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의 중추인 롯데쇼핑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2% 감소한 535억원에 그쳤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동 기간 영업이익이 적자(△531억)로 돌아섰다. 불가항력적인 대외 요소가 주범으로 작용한 가운데서도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하는 대기업 문화에서 지주사가 희생양이 된 셈이다.

설상가상 내부 불화설까지 불거지며 롯데지주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간 알음알음 퍼져있던 롯데지주와 BU의 갈등설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롯데가 ‘지주-BU체제’로 전환한 뒤 이렇다 할 M&A를 성사시키지 못한 건 “지주사가 계열사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내부자 얘기가 흘러나왔다. 녹록지 않은 시점에 방향키를 쥐게 된 이 대표는 물론 그룹 전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근무 체계까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인도 하락을 자초하고 있다.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직원을 대상으로 주 1회 재택근무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던 방침이 자율화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자가격리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한 경험을 토대로 혁신을 꾀했던 신동빈 회장은 단 4개월여 만에 약속을 번복하게 됐다.

또 이동우 대표의 무게감이 전임자인 황각규 부회장 보다 현저히 떨어져 조직 장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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