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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거대 양당 '정조준'으로 존재감 부각
정의당, 거대 양당 '정조준'으로 존재감 부각
  • 권신구 기자
  • 승인 2020.10.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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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연일 삼성 관계자 ′국회 출입증′ 문제를 정조준하며 진보 정당의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이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정체성 문제와 존재감 지적을 받았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삼성’을 고리로 거대 양당 압박에 나선데 대해 진보 정당의 야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정의당, 삼성 정조준

14일 정의당은 다시 한번 삼성을 정조준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삼성의 해명에는 무엇 때문에 무리한 방법으로 국회에 들어왔는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사건의 발단은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7일에 불거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류 의원이 신청한 삼성 증인이 여야 간사진 합의에 의해 불발되면서다. 류 의원은 삼성전자 임원 중 한 명이 기자 출입증을 소지한 뒤 의원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는 점을 문제 제기했다.

정의당은 이번 사안을 삼성의 ‘국회 농단’으로 규정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8일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국회 사무총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내부 특별감사를 거쳐 책임자 및 관련자 전원을 징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당은 이번 사안이 ‘사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며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 직원이 자유롭게 국회를 드나든 것은 물론, 증인 신청이 불발된 것에 관한 석연치 않은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13일) 국회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부사장의 증인 채택이 철회되기도 전에 이미 삼성에서 부사장 대신 출석할 증인을 정해놓았다고 한다”라며 “산자중기위의 누군가가 삼성전자에 증인 채택 철회를 사전에 알려줬다는 강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여야 간사진이) 협의를 통해서 진행했다. 삼성전자 측에서 너무 많은 부사장급이 나오니 줄여야 한다고 하더라”라며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서 답을 주지 않으니까 삼성의 요구에 응해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이번 사안이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뉴시스

◇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조준한 이유

정의당의 화살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하고 있다. 사실상 국회가 삼성을 옹호하는 모양새가 된 데 거대 양당의 책임을 지적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삼성전자는 물의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 사과하며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그뿐이다. 관례라는 이름으로 삼성 임원이 의원실에 찾아와 로비를 벌인 것에 대해 낱낱이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국회 농단 사건은 삼성전자의 증인 신청과 관련해 뒷짐 지려 했던 양당의 무책임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거대 양당은 제 역할이 무엇인지조차 내팽개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을 꺼내 들며 민주당 압박에도 나섰다. 장 수석부대표는 전날(13일) “민주당은 삼성전자 증인 문제와 관련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이번 일은 박근혜·최순실·삼성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이 만들어준 민주당 정부에서, 그 힘으로 180석을 차지한 거대여당 국회에서 벌어진 국회 농단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진실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임원의 국회 기자증과 관련, 정의당의 대처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 ‘진보 정당’ 가치 증명하나

정의당이 삼성을 겨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간 국회에서 다소 주춤했던 정의당으로서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특히 문제를 공론화 한 류 의원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류 의원이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삼성전자 부사장 대신 출석한 관계자에게 질의하는 장면은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류 의원은 삼성의 중소기업 액정 보호필름 부착 기술과 관련해 해당 관계자가 롤러는 제공했지만, 기술 탈취는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자 “말장난하지 마라. 그게 기술 탈취다”라고 호통쳤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이런 장면 정말 오랜만에 본다”며 “정의당의 두 여성의원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김경진 전 국민의당 의원 또한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삼성이 거의 치외법권 성역처럼 되어 있고 국회는 대관, 관공서 로비하는 직원들이 출입하고, 로비의 온상처럼 돼 있다”며 “(류 의원이) 이것을 한칼에 잘랐고 삼성이 대관 로비에 대한 내부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굉장히 잘했다”라고 평가했다.

정의당의 세대교체에 파란불이 들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득권 세력을 겨냥함으로써 정의당으로서는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종철 체제를 맞아 당 지도부는 세대교체가 됐고, 소속 의원들도 시대를 바꾸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아래·위가 맞물리고 있는 상황으로 정의당으로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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