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반년 앞두고 경선준비위원회를 조기 출범시켰다. 이와 동시에 안갯속에 가려져 있던 서울시장 후보군 윤곽이 점차 드러나는 모양새다.

경선룰을 결정하는 경선준비위에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인사들이 합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기류가 흐르면서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자로 거론되던 김선동 사무총장·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 일각에서는 일부 인사들의 경선준비위 줄사퇴를 ‘심판이 아닌 선수로 뛰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면서 머지 않은 시일 내 후보간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재보궐 후보군 교통정리… “심판·선수 겸직 안돼”

국민의힘은 경선준비위 출항에 발맞춰 후보군 교통정리에 나섰다.

김상훈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장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선룰을 정하는 위원회니까 선수로 뛰실 분이 심판단에 들어오시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며 “출마 의사를 갖고 계시는 분이 아직도 경선준비위에 계신다면 그런 분들도 용퇴를 하지 않겠나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선동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경선준비위 부위원장으로 합류한 데 대해서도 “김 총장의 사람 됨됨이를 잘 알고 있다”며 “사리 판단을 흐려 처신을 잘못하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총장직을 내려놨다. 김 사무총장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출마에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사무총장 사표 수리 직후 국회에서 열린 당 국민통합위원회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김 사무총장이)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선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섰으면 총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후임 사무총장 인선은 이번주 내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직으로 경선준비위원에 포함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도 전날(13일) 사퇴했다. 지 원장은 같은 날 경선준비위 첫 회의에서 “재보궐선거 승리 전략을 만드는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되게 돕는 것이 맞다”면서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4·7 재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궐위로 마련됐다. 성추행이 사단이 돼 궐위가 된 만큼 국민의힘 등 야권에 유리한 구도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여당 텃밭이 돼버린 현실을 감안할 때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의석 49석 중 41석을 휩쓸었다.

현재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군은 원외로 한정해도 김 사무총장과 지 원장 외에도 나경원 전 원내대표·이혜훈 전 의원·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현역으로는 권영세·박진·윤희숙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 원장의 경우 여의도연구원장을 내려놓지 않아 선거 출마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경선준비위가 돛을 올리자마자 잠재적 후보군의 운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위기다.

김선동 사무총장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시도당위원장 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선동 사무총장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시도당위원장 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당과 연대문제 '부상 중'

경선준비위가 본격 행보에 나서면서 경선 방식과 함께 국민의당과 통합론 내지 선거연대 문제가 부상 중이다.

김상훈 경선준비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룰에 대해 “최대한 민심을 반영할 수 있고 많은 분들이 후보 선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터트롯’ 형식의 완전국민경선제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선 참여 및 선거연대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는 차제에 같이 힘을 합쳐 정권을 교체하는 데 역할을 해주셔야 될 분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늘 안 대표 쪽과는 문을 열어놓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본인(안 대표)이 재보궐선거에 뜻이 있는지 여부도 현재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전까지 구체적인 연대 등을 논의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감 이후 안 대표가 연대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감이 끝나면 (안 대표가)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 같다”며 “재보궐선거에 대해서는 아직 일체 말씀을 하지 않고 계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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