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5일 서울 마포 현대빌딩에서 열린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5일 서울 마포 현대빌딩에서 열린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15일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 일명 ‘마포포럼’ 강연에 나서면서 대선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은 전현직 의원 60여명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보수야권 지도자 후보자 윤곽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포포럼은 이날 원 지사 강연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 대권 잠룡들의 강연을 확정했거나 조율 중이다. 원 지사가 이날 차기 지도자로서 포부와 자신감을 드러내며 한 걸음 앞서나가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의식에 불을 붙인 모습이다.

사실상 야권 대선 경연장 역할을 하게 된 마포포럼이 원 지사 강연을 신호탄으로 야권 인물난 해소에 가속도를 붙일지 주목된다.

◇ 대선 출사표 낸 원희룡 “공천만 주면 민주당 이겼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 현대빌딩에서 열린 마포포럼 강연에서 “우리 팀 대표선수로 나가고 싶다”며 작심한 듯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원 지사는 “저는 팀전 뿐 아니라 개인전에도 강하다. 국회의원, 도지사 도합 5번 선거를 치렀는데 당에서 공천을 주기만 하면 더불어민주당에 한 번도 진 적 없다”며 “이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원 지사는 2000년 16대 총선부터 18대까지 서울 양천갑에서 내리 3선을 했으며 2014·2018년 지방선거에서 제주지사 재선에 성공, 5번의 큰 선거에서 전승을 거뒀다. 모든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상대로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 지사는 “좋지 않은 프레임에서도 자유롭다. 과거사, 도덕성, 막말 등 상대방이 제 샅바를 잡을 게 없다”며 “흙수저, 개천 용 같은 이야기에서도 안 밀릴 자신 있다. 민주화운동도 지금 거론되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전혀 꿇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제가 제주도 출신이라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다 하나로 크게 품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며 “무엇보다도 실력이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기본소득을 놓고 맞장토론을 벌였다. 앞으로 누가 나오든 토론도 걱정 말라”고 거듭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원 지사는 보수와 중도가 ‘1+1 방식’으로 통합해야 한다며 이른바 ‘원희룡 모델’이라는 구상도 공개했다.

원 지사는 “원희룡 모델은 덧셈이다. 더 큰 하나를 만들자는 것이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향해 중도와 보수가 하나가 되자는 것”이라며 “원희룡 모델로만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한편 오는 22일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내달(11월) 12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마포포럼 강연이 예정됐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강연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9월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9월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보폭 넓히는 野 대권주자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범야권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데 이어 국민미래포럼·마포 포럼 등 강연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당이 세는 약하지만 안 대표가 중도층에서 강점을 보이는 만큼 양당은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필수적인 중도 표심 확보에 안 대표는 아직 매력있는 카드라는 해석이다.

앞서 장제원 의원은 안 대표의 미래혁신포럼 강연 전 축사에서 “중도진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안 대표를 배제하고 (대선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의당도 의석 한계 극복을 위해 국민의힘과 공감대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지난 총선 불출마 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조만간 본격 대선 행보를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웅 의원·오신환 전 의원 등 유승민계 인사들이 주축인 협동조합 정치카페‘하우스(How’s)’가 이달 26일 여의도 인근에서 문을 여는 가운데 유 전 의원의 대선행보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복당이 예상되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경우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 대통합을 강조했다. 다만 마포포럼 등 범야권 의원 앞에서 대선 구상을 밝힐 강연 등 일정 조율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아직 좌파 광풍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며 "아군부터 정비해 한마음이 된 후 대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안 대표를 포함한 모든 제 세력들이 하나가 돼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야당이 대결집할 때 집권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며 “야당의 분발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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