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극비리에 방미한 것이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 실장은 미 고위 당국자를 만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설명과 한미 간 현안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 실장과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11월 3일)이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방미한 것은 시급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 미국 대선 전 마지막 방미

청와대는 지난 15일 “서 실장은 13~16일 미국 정부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서 실장의 방미는 한미 간 여러 현안을 미국 대선 전에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8일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일정을 단축하고 일본만 방문했다. 이에 종전선언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피력할 마지막 기회라 판단하고 미국행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 실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고, 최근 한반도 정세 및 한미 양자 관계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 한미 안보실장 간 대면 협의는 이번이 처음이며, 양측은 한미동맹이 굳건함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도 미 국가안보회의(NSC) 트위터에 서 실장과 백악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고 “오늘 친구이자 동료인 서 실장을 만나 반가웠다”며 “우리의 철통같은 동맹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모든 지역과 세계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 실장은 15일에 미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1시간 가량 회동했다. 서 실장은 회동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가장 기본적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 서로 공감하고 확인을 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최근 북한 열병식과 관련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도 공유하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 깊이 있는 토론을 했다”고 설명했다.

◇ 서훈 “종전선언, 한미 간 이견 없어”

서 실장은 방미 기간 폼페이오 국무장관, 오브라이언 보좌관 등 미 고위 당국자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제사회에 던진 종전선언 제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통’으로 불리는 서 실장은 국가정보원장을 지내며 북한과의 대화를 물밑에서 진두지휘한 이력이 있다. 이에 우리 정부가 분석한 북한의 동향 및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서는 서 실장의 방미가 종전선언을 포함한 남북미 관계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카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 정가에서는 종전선언은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카드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 종전선언을 섣불리 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명분만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서 실장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 후 취재진에게 종전선언에 대해 '한미간 이견이 없다'고 강조하며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의 결합 정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지 종전선언이 따로 놀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진전을 위한 종전선언 제안이라는 것을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아울러 종전선언 추진 의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또한 서 실장의 방미는 최근 벌어진 한미 동맹 논란을 해소하는 행보로도 보인다. 이수혁 주미 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한 게 국내외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청와대는 서 실장의 방미를 발표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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