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과 함께 민주통합당은 본격적인 당권 경쟁의 시기를 맞이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5월 4일 열림에 따라 주류 비주류 간 계파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한길 대표가 비주류 좌장으로 떠오르면서 갈등의 양상은 서로 간의 책임공방에서 유력 당권후보 세우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주류 측은 ‘문재인 조기 등판’ 카드까지 꺼내들고 있고 비주류는 문재인 대항마로 당 밖의 안철수에게까지 구애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전당대회 승자가 주류나 비주류냐에 따라서 정개개편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 당권경쟁 본격화…김한길 대 반김한길, 安 놓고 ‘으르렁’

위기의 친노, 안철수에 견제구 날리고 문재인등판설 ‘만지작’

비주류, 김한길 대세론…安지지자 끌어들인 정개개편 ‘노림수’


▲ 안철수 후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5월 4일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한 가운데 본격적인 전당대회 레이스에 들어갔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 이후 꾸러진 비대위체제를 접고 민주당이 새롭게 진영정비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새 지도부와 지도부가 내거는 간판은 박근혜 정부 이후 야당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이번에 선출될 지도부는 10월 재보선과 2014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총선을 대비한 당의 ‘체질강화’ 작업을 진두지휘해야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친노·주류 VS 비주류 ‘눈치싸움’

이런 새 지도부선출을 앞두고 친노·주류와 비주류의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일단 초반 판세는 비주류가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을 친노·주류가 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식 팽배하다.

게다가 전당대회 규칙이 ‘대의원 50%, 권리당원 30%, 여론조사 20%’로 정리되면서, 당내 기류가 당권 향배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24일 비주류의 대표격인 김한길 의원이 본격적인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계파갈등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전 대표와 불과 0.5% 차이로 당 대표를 못한 만큼 상당한 당내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김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계파패권주의’타파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지지세력까지 끌어안는 ‘더 큰 민주당’을 내세우며 출마의지를 밝혔다.

김 의원은 “당권을 장악해온 친노·주류가 똘똘 뭉쳐 기득권을 유지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그것을 어떻게 보겠느냐”며 “김한길을 잡겠다고 민주당을 다 태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류 측의 당권장악을 위한 반격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실제 친노·주류 측에 해당하는 강기정, 이용섭 의원과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 신계륜, 이목희 의원이 20일 회동을 갖았다.

이것을 두고 당 내외에서는 ‘반 김한길 연대’를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한길 의원의 영향력이 비주류를 뭉쳐 당내 친노·주류를 흔들 것에 대비한 사전작업이란 것이다.

또 김 의원은 “국민이 차려준 밥상을 두 번이나 차버렸고 대선 패배 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에 더 화난다는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다시 한번 친노·주류 책임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도 그는 “안 전 교수에 환호한 유권자 대부분도 새로운 민주당으로 껴안을 수 있도록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안철수 세력과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의원의 이런 입장 표명에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류 측 이용섭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반 김한길 연대설’을 부정했다.

그는 오히려 “김한길 의원은 그 동안 주류 대 비주류 프레임을 계속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친노·주류 연대라는 규정부터가 이번 전당대회를 당 혁식이 아닌 분열의 프레임으로 이득을 보려는 세력의 잘못된 접근”이라고 역으로 꼬집어서 비판했다.

김한길 의원의 출마에 친노·주류 측이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단순히 김 의원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김 의원에 맞서 친노·주류의 입지를 지킬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 문재인 의원
 
친노·주류 측은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를 내세워 연달아 당권을 잡았지만, 유력주자들이 대부분 지난 총선과 대선을 통해 상처를 입어 이미 ‘유통기한’이 다 돼버렸거나 안희정 충남지사 같이 지자체장으로 있기 때문이다.

친노·주류 믿을 건 ‘문재인 뿐’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문재인 캠프 선대본부장 출신인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출마였다. 그러나 박 의원은 2월에 김 의원은 3월에 불출마선언을 하는 바람에 대안 카드마저 마땅히 없어졌다.

그래서 결국 나온 것이 ‘문재인 조기등판론’이다. 안철수와 함께 정치개혁을 외쳤던 문재인이 전면에 나서서 당을 혁신시키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는 논리이다.

친노·주류 측 인사인 김태년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민주당의 큰 정치적 자산인 문재인 의원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 영도에서 헌신의 땀방울을 흘려야 하고 이해찬 의원도 고향 청양서 민주당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노·주류 측 희망과 별개로 문 의원 측이 쉽게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대선 패배 책임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무엇보다 등판여부는 문 의원이 “권력의지”를 보일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친노·주류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비주류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주류 측인 친노는 1470만 표라는 많은 득표수를 얻은 문재인이라는 강력한 대선주자를 갖고 있다. 이념적 정서적 결속력이 강한 친노·주류에 비해 비주류는 이렇다 할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 더욱이 유일한 동질성이라는 것이 반 친노 정서 밖에 없다.

비주류의 선택, 안철수에 ‘러브콜’

이런 모래알 같은 속성 때문에 비주류는 당 밖의 강력한 대권주자 안철수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비주류로서는 주류 측의 문재인에 대항해 구심점이 돼줄 강력한 대권주자로 안철수만한 인물이 당 내에서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노원병 민주당 무공천의 배경에 이런 비주류의 셈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주류의 좌장인 김한길 의원 주변에서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세 사람을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보고, 셋의 대권가도 경쟁을 관리하는 역활을 차기 대표 김한길이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이 구상의 본질은 사실 정계개편론이다. 어떻게든 ‘안철수 지지세력’을 야권이라는 울타리로 끌어안아 새로운 주류세력일 형성하겠다는 기조다.

김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전 교수는 새 정치와 정치의 재구성에 대한 고민을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구상대로 진행된다면 2011년 야권에서 벌어졌던 신당 창당 논의의 재판이 된다는 것이다. 단지 배역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당시 민주당은 장외 친노 세력의 결집체였던 ‘혁신과 통합’(혁통)과 신당 창당 형식의 통합을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안의 친노와 혁통 세력이 결합해 당의 대주주로 자리 잡았다. 손학규계, 정동영계, 호남 등은 비주류로 내려앉았다.

민주당 현 비주류와 안철수 지지세력이 힘을 합치면 같은 전략으로 이번에는 친노·주류를 비주류로 내려앉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2014년 지방선거라는 호재는 통합 압력을 가중시킨다. 여러모로 2011년과 비슷한 조건인 셈이다.

아직 본격적인 전당대회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친노·주류 vs 비주류 눈치보기와 셈은 치열해지고 있다. 향후 5.4 전당대회에서 최후에 웃는 자가 누구냐에 따라 정치권이 요동칠 전망이다./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