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으면서 공천 문제를 놓고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으면서 공천 문제를 놓고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경선준비위원회를 꾸리는 등 본격적으로 선거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물밑에서 눈치전을 펼치며 ‘필승 카드’ 마련에 골몰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당헌이 발목을 잡고 있어 아직까지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성추문에 휩싸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각각 자진 사퇴와 사망으로 중도 하차하면서 치러진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가 결국 공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 민주당도 이미 공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민주당 내에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해야 1년 뒤 치러지는 대선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 집권여당이 무공천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공천 불가피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사실상 공천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역풍을 우려해 눈치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보궐선거 후보군을 놓고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시장 보궐선거 ‘필승 카드’를 놓고 골몰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차기 대선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지만 서울지역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고리로 야당의 ‘성추문’에 대한 집중 공격이 예견되고 있고, 전세난 문제까지 겹치면서 서울지역 민심 이반 현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결과 민주당 32.2%, 국민의힘 29.6%로 집계됐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국민의힘(34.5%) 지지율이 민주당(28.9%)보다 5.6%p 높았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는 ‘2022년 대선에서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44%)이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39%)보다 높았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야당 후보 지지(45%) 응답이 여당 후보(37%)지지 응답보다 더 많았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서울 민심 이반 심각

현재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는 5선 출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4선 출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3선 우상호 민주당 의원, 재선 박주민·박용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기존 후보군은 민주당의 악재를 뚫고 승리를 이루기에는 참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파격 카드’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일부 언론은 민주당 내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차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정세균 총리와 정은경 청장의 차출설에 대해 “(지도부 내에서)논의된 바 없고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서울지역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세균 총리와 정은경 청장의 차출설에 대해 “참신한 ‘아이디어’이긴한데 그분들의 의지가 담겨져 있지는 않은 것”이라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할 수는 있지만 당 차원에서 벌써부터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여러 가지 악재로 인해 서울지역 민심이 좋지 않다고 해서 벌써부터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으며, 외부 인사 영입보다는 기존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가 있는 인사들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지역 한 재선 의원은 “서울에서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뒤진다고 하더라도 벌써부터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며 “서울시장이 될만한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고려해서 후보를 선정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경선 없이 외부 영입 인사를 데려온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그동안 충분히 서울시장에 대해 스터디가 돼 있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일단 출마 의지가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내에서는 ‘필승 카드’에 대한 고민보다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공천을 결정할 경우 서울시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해를 구할 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지역 한 초선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공천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되는 것이지 어떤 후보를 내세울 것인지는 그 다음 문제”라며 “공천을 결정하게 된다면 서울시민들에게 왜 공천을 해야 하고 어떤 의미로 할 것인지 소상하게 설명을 드리고, 서울시민 앞에 죄송스런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부터 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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