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때아닌 내부 혼란을 겪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산시장 적격자가 안 보인다’는 취지의 발언에 일부 중진의원들이 ‘내부 총질’이라며 반발하면서다.

4·15 총선 참패로 여당 대비 압도적 의석 열세에 놓인 국민의힘은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반전 계기로 삼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중차대한 선거를 반년 앞두고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까지 꾸렸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후보군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상치 못한 역풍에 김 위원장은 ‘와전됐다’는 취지의 해명으로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안 그래도 갈 길 바쁜 국민의힘이 당대표격 인사의 경솔한 발언으로 불필요한 내부 감정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조경태·장제원 공개 반발…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제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참석 후 부산 지역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 거론되는 인물 중 내가 생각하는 (부산시장) 후보는 안 보인다”며 “국회의원 3, 4선 하고 '이제 재미가 없으니 시장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로는 최근까지 현역 서병수·조경태·장제원·박수영 의원 등이, 원외에서는 유기준·유재중·이진복·이언주 전 의원과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이 중 유기준·이언주 전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출마 의지를 피력한 상태였고, 김 위원장 발언이 후보군에게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당내 중진의원들은 공개 반발했다.

부산 사하을을 지역구로 둔 5선 조경태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시장 후보 중 인물이 안 보인다는 취지의 (김 위원장)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공정한 룰을 통해 당원, 국민들로부터 선출받은 후보가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추가 게시글을 통해 김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조 의원은 “김 위원장은 우리 진영 활동을 위축, 분열시키는 정당운영이 아니라 당 세력을 크게 통합시키고 정권창출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여당 2중대라는 안팎 비판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비대위가 지속할 명분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3선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당대표격 분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니 참 걱정”이라며 “격려를 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낙선운동이나 하고 다녀서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안을 없애기 위한 의도적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대표가 출마 후보들을 향해 이렇게까지 내부총질을 해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부산시장 선거 불출마 입장도 곁들였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1년도 채우지 않고 또 다른 보궐선거를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며 정권창출과 지역발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수습 나선 김종인… 옹호·우려 공존

김 위원장은 ‘부산시장 발언’ 관련 논란이 지난 주말 정치권을 뒤덮자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며 한 발 물러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가 없다고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부산시장이 될 사람이 부산시를 세계적인 콘테이너 항으로 변모시킬 비전을 가진 사람이 나오면 좋을텐데 아직은 그런 분이 없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종의 자극효과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인물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취지다.

강석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김 위원장의 ‘부산시장 발언’ 논란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과거 경륜 등을 보면 정당에 계속적인 강한 혁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여전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선거전에 박차를 가했다. 다만 경준위마저 혼선을 빚으며 출항했다. 당초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와 김선동 사무총장이 위원장·부위원장으로 내정됐지만 내부 이견 및 자진사퇴 등으로 김상훈 의원과 정양석 전 의원으로 대체됐다.

자극효과를 노렸다 해도, 본격 선거전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부터 환기해야 할 마당에 괜한 분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자극효과를 생각한다면 후보들의 힘을 빼거나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말보다 후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