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지가 급속도로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특정 발언 및 당 운영방식 등을 놓고 연일 쓴소리가 터져나오면서 리더십에 생채기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 원로들, 김종인 작심비판

김 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당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온갖 쓴소리를 들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상임고문단 의장)은 “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 한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전반적 생각”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박 전 의장은 또 “야당은 여당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어야 하고 적극적이어야 하고 공격적이어야 한다. 또 비판적이어야 한다”며 “야당이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야당이 야당답게 집권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정당으로 바뀌어주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모임은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원로들에게 정부여당에 맞설 원내 전략과 조언 등을 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다만 예상치 못한 비판이었는지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박 전 의장의 쓴소리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당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내년 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로 여성을 내길 바란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날 모임에 동석한 문희 전 의원은 “우리 당에는 다선 여성 의원이 없다. 공천을 안 준다. 우리 당은 여성을 무시하는 작전을 쓰는지 다선 의원이 없다”며 “부산시장 선거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성을 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연숙 전 의원도 “우리 당은 여성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비대위 9명 중 과반을 30대 청년(3명)·여성(2명)으로 꾸린 김 위원장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지난 4·15 총선 전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뛰긴 했지만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행사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4월 맞이하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만 대선에서 정권교체 발판을 만들 수 있다”며 “지난 총선, 특히 서울에서 저희가 많은 패배를 겪었기 때문에 만회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에도 ‘부산시장감이 없다’는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제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참석 후 부산 지역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 거론되는 인물 중 내가 생각하는 (부산시장) 후보는 안 보인다”고 발언해 부산을 기반으로 둔 전현직 의원들의 반발을 자초했다.

조경태(부산 사하을·5선)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은 우리 진영 활동을 위축, 분열시키는 정당운영이 아니라 당 세력을 크게 통합시키고 정권창출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데 집중하라”고 비판했다.

장제원(부산 사상·3선) 의원은 “격려를 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낙선운동이나 하고 다닌다”고 지적했다. 부산 수영에서 내리 3선을 했던 유재중 전 의원은 “제1 야당 대표로서 부산을 방문했으면 위로와 격려, 비전 제시를 해야지 쓸 데 없는 말을 지껄이니 부산 시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지경”이라고 분개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19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후보자가 없다고 한 게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감정섞인 내부 갈등이 당 밖으로 적나라하게 표출된 뒤였다.

박관용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박관용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김종인 비대위, 당 규합 가능할까

당의 명운이 걸린 내년 보궐선거, 2년 뒤 대선을 앞두고 당 전체 구성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한부 당 대표의 흔들리는 리더십은 최대 불안요소다. 대여 공세 집중력도 분산된다.

정세는 야권에 불리하지 않은 구도다. 특히 김 위원장 취임 후 정부여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과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나아가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악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당명·당색·로고를 바꾼 데 이어 정강정책까지 개정했다. 당을 사실상 뜯어고친 상황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율과 간헐적으로 외부로 표출되는 내부 갈등이 김 위원장 리더십에 의문을 품게 하는 주 요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9월 23일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취임했을 때 (한국갤럽 국민의힘 정당지지율) 여론조사가 17~18%였는데 바로 지난주 보니 19~20%”라며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라며 “지금 평가를 내리긴 이르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취임한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7 보궐선거까지다. 어느덧 임기 중반에 접어들었다. 김 위원장이 잇따르는 내부 비판과 잠재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는 물론이고 국민의힘 앞날도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집안 단속이 시급한 이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