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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안기금, 항공사 대상 ‘이자 장사’ 논란… 이동걸 “시장 금리 수준”
‘고금리’ 기안기금, 항공사 대상 ‘이자 장사’ 논란… 이동걸 “시장 금리 수준”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0.10.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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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리스크 감안 가산금리·신용등급 복합적 감안해 금리 산정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일 한국인 유학생 200여명을 올해 3월 이후 최초로 베트남 하노이공항으로 수송했다. 아시아나항공 A330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기안기금 지원 1호로 선정됐다. 그러나 기안기금이 연 7%대의 고금리인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A330 / 아시아나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편 운항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고정비는 매달 꼬박꼬박 지출되는데, 매출은 급락해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하게 되고 결국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항공사들은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항공사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에 손을 뻗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안기금 금리가 7%대에 달하는 고금리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달리 방도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창구를 두드리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기안기금 조달금리가 1%대인 것도 함께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도산 위기 항공사를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항공사, 생존 위해선 연간 수백억원 이자 감내해야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에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현금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유상증자나 유휴자산 매각, 순환휴직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 조달에 한계를 느낀 항공사들은 금융권에 SOS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기안기금 신청을 한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이다. 지난 9월 11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인 HDC현대산업개발 측과 계약을 해지했다.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손에 맡겨졌다.

산업은행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직후 항공사를 살리기 위해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 지원을 확정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으로 기안기금 지원은 국내에 단 2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대형항공사(FSC)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나항공으로 지원된 기안기금의 금리가 7%대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으로 지원한 기안기금의 금리가 높은 이유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등급과 리스크를 감안한 가산금리가 복합적으로 계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번달 기준 BBB-등급의 3년 만기 회사채 유통금리는 연 7.5%다. 여기에 리스크를 감안한 가산 금리가 더해졌다고 가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의 기안기금 금리 조건은 연 7% 후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산 금리를 배제한 채 연 7.5% 금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은 매년 이자만 1,800억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 계산할 시 매달 100억원 이상의 이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하고 현재 규모와 금리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 각 사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하고 현재 규모와 금리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 각 사

이러한 고금리에 기안기금 신청을 만지작거리던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의 신용등급은 각각 BBB+, BBB 등급이다. 아시아나항공보다 한두 계단 높은 수준으로, 금리는 대한항공이 5%대, 제주항공이 6%대 수준이라 아주 저렴하다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제주항공 측은 현재 기안기금 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는 밝힌 상태지만, 채권단이나 회계법인 등과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기안기금 신청은 채권단과 지원 대상 항공사 간의 협의를 거쳐 자금지원 규모와 금리를 선정하는데, 아직 확정이 나지 않았다.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일 뿐 규모나 금리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어 회사 측에서 입장을 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제주항공에 지원될 기안기금 규모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가늠하고 있다. 이 경우 연 6% 초반 정도로 금리를 적용할 시 연간 이자만 12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2개 항공사 대비 그나마 BBB+ 등급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연 5%대 이자는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약 1조원 수준의 기안기금을 지원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자는 500억원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 고금리 지적 이어지자, 이동걸 회장 “심의위·정부와 협의 해보겠다”

항공사가 기안기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금리가 연 5~7% 수준으로 책정되는데 반해, 산업은행의 기안기금 재원 조달 금리는 연 1~1.5% 내외로 알려진다. 이 경우 산업은행은 항공사 측에 빌려주는 기안기금을 통해 매년 최소 3.5%p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어 보인다.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이는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안이다. 정무위 국감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은행은 재원을 1%대 금리로 조달해 기업에는 7%가 넘는 금리로 대출하면 누가 이용하겠느냐”며 “(기안기금이) 위기극복에 쓰이기 위해서는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해외의 경우 항공사 대출 금리를 1%대 수준부터 책정해 자국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델타항공은 미국 정부로부터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긴급자금을 10년 만기로 지원받았는데, 이자율이 초기 5년간 1%대 수준으로 알려진다. 독일 정부도 지난 5월 자국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대해 연 4% 금리로 90억유로(약 12조원)를 대여해준 것으로 알려진다. 단, 루프트한자의 경우 2027년부터는 금리가 연 9%로 상승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각 국 항공사마다 상황과 신용등급, 국가의 기준 금리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하면 한국 금융권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뉴시스<br>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기안기금의 높은 금리와 관련해 시장금리와 리스크, 신용등급 등을 감안해 적용한 것이라 해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금리 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 뉴시스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시장 수준의 금리라면서 반박을 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금리 인하 협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회장은 “기안기금 금리는 운용심의위원회가 해당 지원 업체의 신용등급에 맞는 시장금리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균 시장금리에서 자금지원을 해야 불필요한 자금지원 신청과 이로 인한 민간금융시장 위축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리 지원 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보조금 이슈가 될 수도 있다”며 “(금리 인하에 대해)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면 심의위에 의견을 전달하고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항공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도산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기댈 곳은 정부 지원뿐인데, 그마저도 금리가 높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산업은행 회장이 금리 인하에 대해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보다 현실적인 금리가 책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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