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금 전 의원은 탈당과 함께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 “건강한 비판과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린다”는 등의 쓴소리를 남겼다. 국민의힘·국민의당 등 야권은 반색했다. 마치 의인을 대하듯 러브콜 기류가 흘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금 전 의원 영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 분 의향이 어떤지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도 “한번 만나볼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금 전 의원이 이같은 러브콜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많이 반성해야 할 당”이라고 꾸짖으면서 겸연쩍은 모양새가 됐다.

야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김 위원장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소신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인사가 당적을 버렸다고 제1야당 대표격인 김 위원장이 별다른 교감 없이 ‘만나보겠다’고 했다가 ‘국민의힘은 지금 민주당보다 못한 당’이라는 핀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을 옹호하는 시각도 있다. 기자들 물음에 답한 것 뿐이니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기자들이 김 위원장께 질문하니 그냥 지나가는 말로 (만나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김 위원장은 당 외 인사 관련 질문을 받으면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니 묻지 말라”는 식으로 넘겨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마포포럼 강연 직후 기자들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관련 질문에 “나한테 자꾸 우리 당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을 묻지 말라”고 했다. 지난달 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때는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던 홍정욱 전 의원 질문에 “외부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고질적 의석 기근을 겪으면서도 당 밖에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홍준표·김태호·윤상현 의원 등의 복당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통합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안 대표와 무소속 탈당파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김 위원장이 민주당 출신 금 전 의원의 탈당에는 다른 잣대로 즉각 반응한 셈이 됐다.

금 전 의원이 김 위원장·안 대표와 인연이 있는 데다 민주당에 회의를 느껴 당적을 포기한 만큼 야권에 매력적인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 금 전 의원이 결국 야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만나보겠다는 제1야당 수장의 발언은 아쉽다는 생각이다.

설령 금 전 의원이 야당에 뜻이 있다 한들 탈당하자마자 약속이나 한듯 야권 부름에 호응하기도 어렵다. 정말 김 위원장이 금 전 의원 영입 의사가 있었다면 사전 물밑 접촉으로 명분을 만든 뒤 관심을 표했어도 될 일이다.  

금 전 의원 탈당 직후 표면에 나타난 국민의힘 손짓은 하루 만에 급격히 휘발하는 모습이다.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은 “국민의힘이 ‘금태섭 모시기’에 설레발 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만 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금 전 의원이 인정한 ‘민주당보다 못한 당’이 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