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되며, 중앙정부는 재정적 손실을 본다’는 내용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관련 보고서를 맹비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지역화폐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사진은 이 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요약 보고서가 공개되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조세연을 맹렬히 비판했다. 조세연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역화폐로 인해 오히려 정부가 손해를 보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조세연을 두고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적폐’라고 지칭하며 맹비난을 했고, 이로부터 파생된 논쟁은 정치권으로 번지며 지역화폐의 실효성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 지역화폐 실효성 논란

조세연은 지난달 15일 해당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대형마트로부터 소상공인으로의 ‘매출이전효과’는 있지만 제한적 ▲소비자 지출의 외부 유입을 막아 인접 지역 매출 감소 ▲결국 모든 지역이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효과는 상쇄돼 사라짐 ▲이로 인해 소비자 후생손실, 발행비용,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 부작용 발생 등을 지적했다. 

즉, 지역 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사용은 지역경제에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지역에서 발행할 경우 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만 남게 된다는 의미다. 또 전체 소비 총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역화폐로 인한 부가가치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에 국가 재정을 집행하는 중앙정부 입장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려면 지역화폐보다 사용지역의 제한이 없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지원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는 최고의 국민체감 경제정책”이라며 “지역화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가며 계속 확대시행 중이고 금번 정부재난지원금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돼 그 효과가 배가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발행액이 적었던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데이터만 분석했다”며 조세연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보고서는 가맹점과 비가맹점이 뒤섞인 데이터를 놓고 통계학적으로 계산기만 두들겨 결론을 내렸다. 2018년 대부분의 지역화폐 1인 구매한도는 30~50만원으로, 액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소비 역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면서 보고서에서 지적한 ‘특정 업종에만 유리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대목을 반박했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 ‘지역사랑상품권의 의의와 주요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892억원에 불과했던 지역화폐 발행액은 2018년 3,714억원, 2019년 3조2,000억원, 2020년 9조원에 이르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지역화폐의 실효성을 분석하려면 발행액이 크게 늘었던 2019년 이후부터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2019년 이후 경기, 인천, 군산, 포항 등 많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역외 소득유출률 감소, 지역 소상공인 매출액의 증대, 또 그로 인한 부가가치세 증대, 나아가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지역 고용증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많은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이용률을 제고하고자 일정 비율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사진은 인천의 지역화폐 인천e음 홈페이지에 안내된 캐시백 제도. /인천e음 홈페이지 갈무리
많은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이용률을 제고하고자 일정 비율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사진은 인천의 지역화폐 인천e음 홈페이지에 안내된 캐시백 제도. /인천e음 홈페이지 갈무리

◇ 캐시백 제공이 오리려 골칫거리

앞서 조세연에서 제기한 문제는 ‘중앙정부’ 입장에서 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민의 돈이 수도권 대형업체로 들어가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역승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중앙재정의 손실만을 집중하다보면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실 지역화폐가 현재 당면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한정된 예산’이다. 많은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캐시백’을 제공한다. 지역민의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방책이다. 실제로 지난달 경기도는 추석맞이 소비 진작 차원에서 지역화폐로 20만원 이상을 소비하면 3만원을 캐시백으로 주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인천이역 지역화폐인 ‘인천e음’도 지난해 10%의 캐시백을 제공해 지역민의 이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 캐시백을 지원하는 예산은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상당 부분 국비 지원으로 해결된다. 그러다보니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예산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캐시백을 제공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기엔 지자체 예산 규모가 작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천e음도 초기에는 캐시백이 10%였지만, 캐시백 고갈 문제로 4%까지 조정한 바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캐시백 10%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들어 캐시백 문제가 벌어진 경우가 또 있다. 부산시의 ‘동백전’이다. 부산시 지역화폐인 ‘동백전’은 올 1월 9만601명이 가입했지만, 캐시백 10% 제공 기간이 늘어나면서 2월에는 20만여명, 3월에는 23만여명이 추가로 가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민의 사용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캐시백 제도가 오히려 지역화폐 운영 중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해당 문제는 부산시가 정부에 발행금액 기준 7,200억원 규모의 국비 지원을 요청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캐시백 제공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특히 캐시백 혜택이 감소하면 지역민의 사용량도 어느 정도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지역 내 자본 순환을 지속하려면 캐시백 혜택이 줄더라도 지역민에게 다른 혜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물품 구매 등을 위해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최종적으로 재산세 등으로 지자체에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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