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국감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국감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배달통은 왜 방치되고 있나?”

올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급성장한 ‘배달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배달앱 배달통을 향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를 향해 “배달통의 급격한 점유율 및 실사용자수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 기업결합심사 위해 배달통 희생?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지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현재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통은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세계최초 배달앱’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2011년 요기요를 선보인 데 이어 2014년 배달통을 인수했다. 2017년엔 또 다른 배달앱 푸드플라이도 인수한 바 있다. 푸드플라이는 현재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다.

이동주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배경은 국내 배달앱 업계 ‘빅뱅’과 맞닿아 있다. 국내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의 최상위 운영사라 할 수 있는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전격적인 합병을 발표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100%를 인수하고,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양사는 우아DH아시아를 공동 설립해 아시아 시장을 맡기기로 했다. 우아DH아시아는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의장이 맡는다.

양사의 합병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심사를 받고 있다. 이동주 의원은 배달통의 존재감 위축이 이 같은 기업결합심사 때문 아니냐고 지적한다. 양사 합병의 최대 이슈이자 난관이 독과점 문제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배달통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주 의원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배달통의 점유율을 후발주자들에게 일부러 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배달통은 한때 점유율이 10%대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동주 의원이 제시한 최근 분석자료에서는 점유율이 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와 위에프오에게 추월을 허용한 상태다. 

이동주 의원은 배달통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황 역시 고의적인 점유율 하락의 근거로 제시했다. 홈페이지는 빈 깡통이 됐고, 앱 업데이트 등 관리 및 개선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달통이 최근 이렇다 할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으나, 이제는 볼 수 없다. 배달앱 업계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각종 프로모션도 잠잠하다. 무엇보다 마케팅 및 영역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요기요와 차이가 뚜렷하다.

이에 대해 강신봉 대표는 “합병 발표 전인 2018년부터 배달통은 현상 유지 전략을 취해왔다”며 배달통의 상황이 양사의 합병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은 “치열한 시장 환경 속에 두 개의 배달앱에 모두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요기요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치가 아닌 현상 유지”라고 강조했다.

◇ 배달통 방치한 ‘전략적 판단’이 남기는 우려

이동주의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 강신봉 대표의 해명 모두 나름의 합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결함을 위한 고의성’에만 있지 않다. 국감에서는 ‘기업결함을 위한 고의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그에 앞서 ‘배달통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 지니는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 우아한형제들은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에 대해 “합병 이후에도 두 앱은 철저히 개별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일축해왔다. 

그러나 현재 배달통이 놓여 있는 상황은 향후 ‘전략적 판단’에 의해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1·2위 배달앱을 나란히 거느리고 있는 최상위 운영사의 의사에 따라 특정 앱이 배제되고, 특정 앱에 투자가 집중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때도 해당 기업은 효율성 등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하지만 ‘공정경쟁’이란 측면에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신봉 대표는 국감에서 “답변에 잘못이 있거나 위증한 게 있으면 그에 대한 처벌을 받겠다”며 기업결합과 배달통의 점유율 하락이 무관하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나 요기요와 배달통에 대한 딜리버리히어로의 전략적 판단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의미심장한 물음표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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