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 대한 미국 ITC의 선고가 또 다시 연기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 대한 미국 ITC의 선고가 또 다시 연기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 대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판결이 또 다시 미뤄졌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이 인정되며 ‘조기패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6일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날이었다. 양사의 이른바 ‘배터리 소송’에 대해 ITC가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다. ITC는 지난해 4월 LG화학의 제소에 따라 이 사안을 다루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인정해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으며, SK이노베이션의 이의신청에 따라 4월부터 전면 재검토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ITC는 이날로 예정됐던 선고를 오는 12월 10일로 연기했다. 앞서도 지난 5일로 예정됐던 선고를 3주 연기했는데, 재차 6주 더 연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ITC가 두 차례에 걸쳐 두 달여나 선고를 미루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미국 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선고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 입장에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대규모 투자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기업인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만약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사업에 중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연기된 선고 시점이 미국 대선 이후라는 점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SK이노베이션이 공장을 짓고 있는 지역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폭스바겐 및 포드 공장이 위치한 지역 등이 이번 대선에 있어 무척 중요한 점과 맞물려서다. 

이로써 당사자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추가 협상 시간과 계기를 마련하게 됐지만, 리스크 장기화라는 악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ITC가 이번 사건의 쟁점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해석하는 한편 “분명한 것은 이번 연기로 소송절차가 더 길어지게 됐다는 것이며 SK이노베이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반면 LG화학 측은 조기패소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는 기존 입장을 바탕으로 선고 연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기존 입장 또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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