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오염수 처리시설에서 2014년 11월 12일 한 직원이 방사성 물질 보호복을 입고 서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추진하고 있다./뉴시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오염수 처리시설에서 2014년 11월 12일 한 직원이 방사성 물질 보호복을 입고 서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추진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생기는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 처리해 태평양으로 방류할 계획을 세우면서 국내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 처분 방식과 관련, “적절한 타이밍에 정부가 책임지고 결론을 내겠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결론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최종 결정해 실행에 옮길 경우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밝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는 원칙적으로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강조한 외교부 내부 보고 문건에 대해 질의하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도 “그 결정이 우리 국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일본 측에 끊임없이 투명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면서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국제법 위반일까. 정치권과 전문가 등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의 행위가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주요 국제법인 UN해양법협약 제207조를 근거로 들고 있다.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4월 ‘초국가 환경 피해 관련 주요 사례와 국제법’을 분석해 발간한 ‘최신 외국입법정보’(제85호) 보고서에 따르면, ‘UN해양법협약 제207조’(육상오염원에 의한 오염)에는 ‘각국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칙, 기준 및 권고관행과 절차를 고려하여 강, 하구, 관선 및 배출시설을 비롯한 육상오염원에 의한 해양환경오염을 방지, 경감 및 통제하기 위하여 법령을 제정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일본의 방류 행위는 ‘주권’에 의한 결정 사안이 아니라 국제법 위반이라며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27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 아니라 UN해양법협약 제207조 위반”이라며 “제207조에 의해서 세계 각국은 육상의 방사성 물질에 관해서 해양 투기를 함부로 못하게 돼있다. 그걸 규제하는 국내법도 만들도록 돼 있고, 국제적 의무가 부과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그런 면에서 보면 일본의 주권적 판단 사항이 아니고 도리어 국제적 협력을 구해야 하는 사항이다”며 “그런데 외교부에서는 이 문제를 일본의 주권적 판단이라고 하면서 발을 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외교부가 일본과 이 문제에 대해 양자 담판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207조 위반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에 배출 금지 가처분 신청도 하고 국제 소송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장은 일본의 ‘방류’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강경화 장관의 언급처럼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으로 볼 수 있지만 ‘방류 행위’가 다른 나라에 악영향을 미치는 관점에서 보면 ‘국제법 위반’이 맞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센터장은 1940년대 전후 캐나다 한 제련소에서 발생한 이산화황 가스가 미국의 과수원에 피해를 발생시킨 ‘트레일 제련소’ 사건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가 ‘초국가 환경피해 금지의 의무’라는 국제적 관습법을 만들게 된 점을 지적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26일 TBS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출연해 “일본의 주권적 결정이라는 말이 국제사회에서는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반은 맞다. 버리는 행위 자체는 주권적 결정이 맞다”며 “그런데 버린 물질이 다른 국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사실 국제법 위반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쉽게 말해서 내가 버렸더니 다른 나라에 영향이 주어지면 안된다는 거다”라며 “국제법상 그 원칙은 확실하게 정립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위반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방지 조치를 하는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최신 외국입법정보’(제85호) 보고서는 “방사능 오염수에 대하여 일본의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관습법과 국제법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초국가 환경피해 분쟁의 사례를 참고할 때 그 위반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방치 조치를 하는 데에는 수십 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본 측은 당장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더라도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후케타 도요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손상된 원자로를 통과한 물이라 저항감이 있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법정) 기준을 지켜 실시하는 한 환경이나 해산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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