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치권이 ‘윤석열 대망론’을 놓고 설왕설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망론’의 근거지는 당초 보수 야권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계기로 여권과 정면 충돌하자 보수진영에서 ‘윤석열 대망론’이 떠올랐다. ‘반문(반문재인) 정서’와 보수진영의 대선주자 기근 상황이 맞물리면서 ‘윤석열 대망론’이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윤석열 총장의 ‘자가발전’도 한몫하고 있다.

윤 총장이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 화법으로 여지를 남기면서 ‘윤석열 대망론’에 더욱 불이 붙었다.

윤 총장은 지난 23일 새벽까지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언론에 대통령 후보로 여론조사가 되고 있다. 임기를 마치고 나면 정치를 하실 생각이 있냐'고 묻자 “지금은 내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향후 거취를 얘기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퇴임해 소임을 다 마치고 나면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김도읍 의원이 '국민에 대한 봉사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다시 묻자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는 윤 총장이 지난해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저는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정계 진출 여부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보수 진영의 ‘윤석열 띄우기’와 윤 총장의 ‘자가발전’에 여론조사 결과까지 더해지면서 ‘윤석열 대망론’은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5∼26일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 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22.8%)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1.6%)가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윤석열 총장은 15.1%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 8월 조사에 비해 1.0%포인트 오른 수치다.

윤 총장은 이번 조사에서 무소속 홍준표 의원(6.8%),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5.8%), 오세훈 전 서울시장(3.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3.0%),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2.5%) 등 야권 잠룡들의 선호도를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비정치인 대망론의 허상

‘윤석열 대망론’은 현실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때 ‘반짝’하고 스쳐 지나갈 ‘허상’에 불과한 것일까.

‘윤석열 대망론’에 이 같은 의구심을 갖는 것은 윤 총장이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대선주자로 거론될 만큼의 미래 비전과 정책적 식견,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전혀 없다. 

과거에도 대선을 앞두고 제3의 후보들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과거 비정치인 출신 제3의 후보들은 주로 정치 혐오증을 등에 업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2년 14대 대선에서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16.3%의 득표율을 얻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3위에 그쳤다.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는 정주영 전 회장의 6남 정몽준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3의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대선 투표를 8시간 앞두고 돌연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및 단일화 파기'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기업인 출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출마해 5.8%로 4위를 기록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의사·사업가·교수 등의 이력을 가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안철수 현상’을 등에 업고 대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하자 자진 사퇴했다. 

과거 17대 대선과 19대 대선을 앞두고는 각각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제3의 후보로 주목 받았지만, 대선 레이스에 오르지는 못하고 문만 두드리다 중도에 포기했다.

지금까지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비정치인 출신 제3의 후보들의 ‘대망론’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화환들과 현수막이 놓여 있다./뉴시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화환들과 현수막이 놓여 있다./뉴시스

◇ ‘윤석열 대망론’의 미래

윤 총장이 실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까, 아니면 전혀 다른 기록을 남기게 될까.

정치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윤석열 대망론’이 허상으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처럼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총장의 대망론이 ‘허상’인 이유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정치 경험이 없는 대선주자가 단 한 명도 당선됐던 사례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8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석열 대망론은 87년 이후 대통령 선거 역사를 보면 허상이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정치 경험이 없이 갑자기 부상해서 당선된 경우가 없었다”며 “과거의 경험, 역사 자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 번의 바람으로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해도 영원하지 않고 표로 연결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윤 총장 본인의 권력 의지와 조직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희망을 정책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윤석열 대망론이 현실화 되기는 상당히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성공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윤석열 대망론 자체를 완전히 허상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윤석열 총장에 대한 대선주자 지지율이 10% 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허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의 대망론을 뒷받침할 조직과 세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 총장을 뒷받침할 세력이 없다는 분석은 그가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서 기인한다. 강성 보수진영은 과거 윤 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지난 정부 핵심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정계 진출을 결심한다면 ‘반문 연대’를 고리로 한 제3지대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석열 대망론은 지지율 측면에서 보면 완전히 허상은 아니다. 실체는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지지율이 탄력 받고 오래 가려면 세력과 연계가 돼야 하는데 윤석열 총장을 안을 수 있는 중도세력·반문연대 세력이 지금으로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정치적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보수 야권의 ‘페이스 메이커’로 활용되는 선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망론은 사실상 허상에 가깝다”며 “과연 윤 총장이 경제를 알겠는가, 노동·복지 등에 식견이 있나, 이런 다양한 검증이 들어갔을 때 아직 확인되지 않은 대목들에서 어떤 패착이 나올 가능성들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라는 직업의 특징과 지금까지의 윤 총장 캐릭터로 봤을 때 그가 국민 다수의 다양성을 포용해야 하는 정치인의 기질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을 수 있다”며 “윤 총장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본선 주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로 탈바꿈 할 수 있을까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 입장에서는 윤 총장이 흥행 카드가 되겠지만 페이스 메이커로, 세몰이에 깃발처럼 활용되고 버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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