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극비리에 방미한 것이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 실장은 미 고위 당국자를 만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설명과 한미 간 현안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 실장과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북한은 29일 최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고 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사진은 서 실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동서남북도 모르고 돌아치다가는 한 치의 앞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얼마 전 남조선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란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해 구접스럽게 놀아댔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오브라이언,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등을 연이어 만나 최근 삐걱거리는 한미동맹 불화설로 심기가 불편해진 상전의 비위를 맞추느라 별의별 노죽(아첨)을 다 부렸다”고 비꼬았다.

특히 서 실장이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수 없다”, “남북관계는 미국 등 주변국들과 서로 의논하고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한 발언을 꼬집으며 “얼빠진 나발”이라고 깎아내렸다.

통신은 “신성한 북남관계를 국제관계의 종속물로 격하시킨 이번 망언은 본질에 있어서 민족자주를 근본핵으로 명시한 역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선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남조선당국의 공공연한 부정이고 배신이며 노골적인 우롱이라고밖에 달리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남관계는 말 그대로 북과 남 사이에 풀어야 할 우리 민족 내부 문제”라며 “외세에 빌붙거나 다른 나라 그 누구와 논의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때 그 무슨 운전자론이요, 조선반도 운명의 주인은 남과 북이요 하며 허구픈 소리라도 줴쳐대던 그 객기는 온데간데없고 상전의 버림을 받을까봐 굽실거리는 그 모양새는 차마 눈뜨고 보아주기 민망스러울 정도”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오늘 북남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인 원인이 남한 당국이 스스로 미국에 제 발을 얽어매 놓고 자기를 조종해달라고 제 운명의 고삐를 맡겨버린 데 있다”며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북남관계를 망쳐놓은 장본인에게 도와달라고 청탁하는 것은 집안 가산을 풍지박산 낸 강도에게 수습해달라고 손을 내미는 격”이라고 역설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담당해온 서 실장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냉랭했던 남북관계였지만,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에서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는 등 변화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에 북한이 한동안 남측 정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온 것을 감안하면,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 밀착 움직임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