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이 최근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다. /수협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수협은행에 첫 내부 출신 행장이 탄생한다. 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이 최근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치열한 경합 끝에 행장 후보로 낙점된 그의 앞에는 다양한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 수협은행장 인선 마무리… 첫 내부 출신 행장 탄생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28일 서류전형을 통과한 1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김진균 수석부행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앞서 수협은행 행추위는 1차 공모에서 후보를 선정하지 못하고 재공모를 진행했다. 2차 공모에는 11명의 후보자가 지원서를 냈고 이 중 10명이 면접을 치렀다. 면접에선 내부 출신 5명과 외부 출신 5명이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에선 정부 측 행추위원과 수협중앙회 측 행추위원들 간 의견이 달라 최종 후보를 정하는데 난항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판에 의견 조율에 성공하면서 최종 후보 선출 작업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행추위는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을 합해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은행장 추천은 행추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결정된다. 

단독 후보로 낙점된 김진균 행장 내정자는 주주총회를 거쳐 행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2년이다. 수협은행 행장으로 내부 출신이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추위 측은 “김 후보자가 수협 조직의 특수성과 경영이념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내부 출신 금융전문가”라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통해 수협은행의 경영안정화와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 배경을 전했다. 

김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1992년에 수협중앙회에 들어와 기업심사팀장, 압구정역지점장, 충청지역 금융본부장 등을 거쳤다. ‘영업통’으로 분류되는 그는 이동빈 현 수협은행장이 2017년 행장에 오른 후 고속 승진세를 보였던 인사 중 하나다. 

김 내정자는 2018년 말 기업그룹 부행장에 승진한 뒤, 이듬해 말 경영전략그룹 수석부행장 자리까지 올랐다. 수협은행의 수석부행장직은 5개 그룹을 총괄하며 경영전략과 기획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에 수협 안팎에선 그를 ‘이동빈 행장 라인’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 행장의 두터운 신뢰 속에서 고속 승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수협은행장 경쟁에서 그는 크게 주목받던 인사는 아니었다. 업계에선 내부 출신 중에는 강명석 전 수협은행 상임감사, 외부 출신으로는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이 유력하다고 관측해왔다. 업계에선 김 내정자가 내부 조직 및 영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이동빈 현 행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 점이 이번 인선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내부 출신으로 최초로 행장에 오르게 된 김 내정자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금리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은행업황은 얼어붙은 상황이다. 수협은행의 실적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협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39억원으로 전년동기(1,246억원) 보다 16.6% 감소했다. 

은행업권의 순이자마진은 저금리 기조 심화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기 악화로 기업·가계여신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수협은행 역시, 이런 외부적인 환경 악화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수익성 개선·공적자금 상환·디지털 강화 과제   

수협은행은 ‘공적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품고 있는 기관이다. 수협중앙회의 사업부문으로 있던 2001년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후 수협은 십수년간  단 한 차례도 빚을 갚지 못하다가 2017년부터 상환을 시작했다. 현재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 금액만 8,500억원에 달한다. 이익이 준다면 공적자금 상환은 더욱 더디게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에 수익성 개선과 더불어 공적자금 조기 상환은 김 내정자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또 ‘디지털금융’ 강화도 숙제로 지목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면서 디지털금융 시스템 강화는 업권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김 내정자 역시,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신기술 구축, 앱 뱅킹 서비스 강화, IT 인력 확충, 전략적 제휴 등에 나서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금융사기 예방에도 더욱 바짝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수협은행에서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건수와 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기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수협은행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건수는 총 682건, 피해액은 56억4,000여만원에 이른다. 금융사기 건수와 피해액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17년 대비해 피해건수는 3배, 피해액은 3.8배 증가했다. 

이에 국정감사에서 수협은행이 모니터링 강화 등 피해방지대책과 환수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연 조만간 닻을 올리는 수협은행 김진균호(號)가 순항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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