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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25th BIFF] 삶에 지친 우리 모두를 위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20. 10. 2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 감독 타무라 코타로)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 감독 타무라 코타로)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모두가 외부 세상에 대한 동경심과 그리움이 증폭돼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객들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통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29일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 감독 타무라 코타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타무라 코타로 감독이 일본에서 온라인 화상 시스템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지체장애인 조제가 바다를 사랑하는 대학생 츠네오를 만나 조금씩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다나베 세이코 작가의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화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실사영화로 만들어져 국내 관객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실사영화는 사랑과 청춘의 파고를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리면서도 현실적인 고통의 무게를 동등한 비중으로 담아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실사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세밀하고 부드러운 작화와 따뜻한 파스텔 톤의 채색을 통해 세상과 맞닥뜨린 조제의 용기와 사랑을 응원하며 희망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연출한 타무라 코타로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연출한 타무라 코타로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실사영화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사영화의 리메이크작이 아닌, 단편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킨 영화”라면서 “실사영화와는 해석과 세계관에 차이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다른 해석을 갖고 원작을 재해석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실사영화가 아주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다른 취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똑같은 영화로 기대하고 본다면 보는 내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온전히 즐기는 것을 방해할 거다. 애니메이션 그 자체로 새로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순수하게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사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는 희망적인 엔딩이다.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원작 단편 소설은 조제와 츠네오의 관계에 결론을 짓지 않고 마무리하고, 실사영화는 여러분들이 잘 아는 엔딩이다”라며 “나는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엔딩의 형태를 표현하고 싶었다. 원작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조제와 츠네오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조제와 츠네오의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외부의 세상과 차단됐던 조제가 바깥세상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큰 포인트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인 외부와의 소통을 포함하고 있다”며 “그것은 그 사회와 이들이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라는 부분과도 이어진다. 그래서 내면의 변화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들고자 했고, 그런 주제 의식이 많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했다.

주인공 조제를 향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원작 소설 속 조제라는 인물에 끌려 애니메이션화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설정적인 부분보다 조제가 갖고 있는 존재감과 강인함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며 “영상화했을 때 스토리 이상으로 캐릭터가 매력이 있어야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텐데, 강인한 조제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원작 소설은 35년 전에 쓰였고, 실사영화도 17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이번에 새롭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시대성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서 그 차이를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한 부분들을 조정하면서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부산국제영화제

그러면서 강인한 조제, 그리고 츠네오의 성장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조제는 자신이 처한 어려움과 장벽을 극복해나간다”며 “주제 자체가 부모를 떠나 사회로 나가는 연령대인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의 마음에 닿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모두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연령을 떠나 또 국적을 떠나 모두가 외부 세상에 대한 동경심과 그리움이 증폭돼있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많은 관객들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그룹타크’에서 근무한 뒤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히어로맨’(2010), ‘고식’(2011)의 오프닝, ‘유레카 7’(2012), ‘절원의 템페스트’(2012~2013)의 엔딩을 연출했다.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2012)의 조감독으로 참여한 그는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노라가미’(2014)로 연출을 시작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의 첫 영화 연출작이다.

첫 영화 연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된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정말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인원이 제한된, 관객이 적은 가운데 보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영화제를 마무리하는 폐막작으로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 기대감을 높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 날인 오는 30일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