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월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월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에서 ‘반문(反문재인)연대’를 기치로 한 보수 빅텐트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보수성향 무소속 의원 등 범보수세력이 큰 틀에서 힘을 모아야만 내년 재보선, 나아가 내후년 대선에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당을 중심으로 외부 세력까지 아우르는 보수 빅텐트는 실현될 수 있을까.

◇ 국민의힘, 재보선 지면 대선도 암울

보수 빅텐트론’는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부동산 폭등 등 정부여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대정부질문·국정감사 등에서 파급력 있는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게 한 몫 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올해 국정감사를 마치고 페이스북에 “압도적 숫자의 위력을 절감했던 하루하루였다”며 “변명같지만 현실의 벽이 높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내년 재보선에서 반드시 전승을 거둬야 내후년 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내년 재보선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추문으로 인한 궐위로 마련됐기 때문에 더 더욱 그렇다.

민주당은 재보선 공천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부치기로 결정, ‘재보선 책임 무공천’을 명시한 당헌당규를 사실상 폐기처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 비판여론이 비등해 선거구도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은 지난 4·15 총선 패배로 전국단위 선거 4연패 기록했다. 김종인 체제 아래서 고강도 쇄신작업을 진행했고 재보선 책임이 집권여당에 쏠린 상황이어서 서울·부산에 깃발을 꽂지 못하면 역풍으로 내후년 대선까지 잠식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승 카드가 보이지 않고 정당 지지율도 여전히 민주당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연대와 홍준표·김태호·윤상현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패배해선 안 되는 선거인 만큼 야권부터 손을 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범야권진영 단일대오 구축”이라며 “첫 단추가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통합을 외치기 전에 우리 편부터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긴밀한 접촉을 통해 함께 선거를 치를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며 “복당과 연대, 통합까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비대위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무소속 의원도 전날(29일)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 강연에서 “범야권 대연대의 새 판을 짜야 한다”며 “중요한 건 범야권이 큰 틀에서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보수진영이 국민의힘·국민의당 외에도 당 밖 태극기 세력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 발 더 나아갔다. 홍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갈라지기 시작한 보수우파가 반목의 세월을 보낸 지 4년”이라며 “우리가 분열된 동안 모든 선거에서 참패했고 문재인 정권은 폭주하고 있다.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제는 탄핵의 언덕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모두가 하나 되는 보수우파 빅텐트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보수세력, 빅텐트론 셈법 복잡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습이지만,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은 안 대표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도 보수연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안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달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서 보수혁신을 주제로 강연한 데 이어 내달 12일 마포포럼 강연에 나선다. 모두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주축인 모임이다. 지난 10일에는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 오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궁극적으로는 양당이 합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연대나 통합은 시기의 문제”라며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은 연대 전 기싸움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의원 복당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일단 선거에 집중하겠다고 하셨으니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체제 들어 강성 보수세력, 일명 태극기 부대와는 더욱 거리를 두고 있다.

결국 여야 일대일 선거구도가 형성됐을 때 1표를 던져줄 당의 자산인 만큼 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불인정 및 4·15 총선 부정선거 등을 주장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태극기 세력을 끌어안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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