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갤러리 아트세빈은 맑은 소망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기를 바라는 정희석 작가의 초대전을 시작한다. 2020년 11월 8일(일)부터 11월 29일(일)까지(12-17시, 매우 월요일 휴관) 정희석 작가의 개인 초대전 <가을 하늘이 파란색 말을 건넨다>를 개최한다.

변함없이 오랫동안 ‘잎’에 매진했던 정희석 작가의 하늘-잎 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하늘을 표현하고 얇은 비단을 밀착시켜 전통 초상화 채색 기법으로 잎들을 묘사한다. 늘 그렇지만, 투명해진 이파리들은 배경의 하늘을 투과시키며 떠다니는 별처럼 신비롭다. 정희석 작가에게 하늘과 잎은 시공을 넘어선 마음이며 피어나는 생명들인 듯하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소재의 상징성을 통해 작가는 스스로 지혜를 얻고자 하나 보다.

아트세빈 곽세빈 관장은 “여행지에서 올려 본 나의 하늘은 넓고 넓어서 그 끝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일상에서 올려다 본 나의 하늘은 한 점, 그 뿐이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은 어찌 그리도 나의 마음과 닮았을까요...”라며 유난히 청명한 2020년 가을, 깊고 깊은 파란 하늘이 보이는 북한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갤러리로 초대한다

하늘… 빛과 구름들과 물방울들과 먼지들의 조화. 때로는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경이로움으로.. 그 다양함을 바라보면서 정리되는 생각들과 피어나는 감정들..  잎들…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담고서 마음에 피어나는 소망들.. 우리의 소망들의 합창.. 지친 일상, 복잡한 생각들이, 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치유되는 경험들을 수없이 한다. 그 하늘에 마음의 한 점을 띄워서 더 나아지는 내일을 꿈꾼다. 마음의 한 점을 잎으로 그리고 있다. 화려하지 않은 채 가만히 생명을 담고 있는 잎들. 나는 나와 호흡하는 이들의 한 점들을 하늘에 담고 싶다. 각자의 소중한 마음들이 각자의 소망을 담은 잎의 모양으로, 피조세계의 구성물들 가운데 가장 다양한 이미지를 품고 있는 하늘과 조화를 이루기를, 그래서 맑은 소망으로 다시 마음들을 채우기를 꿈 꾼다.(작가노트)

정희석(좌) 작가와, 실크에 채색한 그의 작품 ‘The Sky-Tha Leaves 2001’(200×200cm)
정희석(좌) 작가와, 실크에 채색한 그의 작품 ‘The Sky-Tha Leaves 2001’(200×200cm)

생생한 빛깔이 열흘 가는 꽃이 없다. 아무리 생떼를 써도 10년 넘게 지속되는 권력이 없다하지 않았던가(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자연이 미의 추구의 완료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상의 모든 권력은 잠재된 억압이고, 모든 지식은 소외의 씨앗이다. 가장 현명한 대화에도 오해가 깃들고, 최고의 평화마저 전쟁의 예고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탁월한 예술도 존재의 작은 누추함조차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이 계시로서의 하늘은 무궁무진한 관용 자체다. 그 관용에 의해 지상의 가장 하찮은 것일지라도 신비와 초월성이 깃드는 작은 하늘이 될 수 있다.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이 피어나는 생명들’이 하늘의 무궁무진한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협주곡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정희석이 모든 지상의 것들에 전하고 싶어 하는 ‘소망의 예술론’, ‘말라 버린 밑 등걸에서 돋아나는 싹’의 조형미학일 것이다“라며 서울대교수 심상용은 정희적 작가의 작품에 대한 평을 전한다.

가을 하늘이 높고 넓은 파란색으로 말을 건네는 11월. 시간내서 북한산의 호흡을 함께 하고 내려오는 길에 초대전에 꼭 들러봐야겠다. 

※ 정희석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했다. 2009년부터 개인전 ‘소망의 싹’을 시작으로 ‘하늘-잎’과 ‘바람’ 등을 주제로 거의 매년 수많은 개인전을 소화해냈다. 한국야쿠르트, 인하대병원, 예수원,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스칼라티움 아트 스페이스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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