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아시아나에 기안기금 지원… 대한항공·제주항공, 신청 검토만 수일 째
제주항공 이어 진에어 유증 성공… 티웨이·에어부산도 유증 추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국내 항공사들의 항공기가 주기된 채 비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인천공항 전경. / 제갈민 기자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국내 항공사들의 항공기가 주기된 채 비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인천공항 전경.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고사위기에 놓인 가운데, 11월부터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끊겨 각 항공사마다 각자도생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근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연초부터 정상비행을 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비행기를 계류장에 주기해두고 최소 인력만을 가동하고 있다. 그간에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순환유급휴직을 시행했으나, 고용유지지원금 최대 지원기간(240일)이 지난 10월로 만료되면서 각 항공사마다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지난 5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설치를 위한 ‘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기안기금의 살인적인 이자로 섣불리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일부 항공사는 지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지원이 가장 먼저 이뤄졌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이던 아시아나항공은 딜이 무산되면서 다시 채권단(KDB산업은행 등) 관리를 받게 됐다. 산은 측은 매각 불발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아시아나항공에 즉시 기안기금을 활용한 유동성 지원을 발표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까지 90% 이상 고용유지를 이행해야 해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은 한숨 돌렸다. 하지만 기안기금 이자가 발목을 잡았다. 기안기금 지원이 발표된 후 지원금액에 대한 이자가 7%대에 달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고사 직전의 항공사에게 높은 이자율은 도리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안기금 지원 외 방도가 없는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하고 현재 규모와 금리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 각 사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기안기금 신청과 관련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 각 사

제주항공과 대한항공도 기안기금 신청과 관련해 수일 째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기안기금 신청을 확정지었으나, 아직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협의 및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정확히 언제쯤 신청이 완료되고 기안기금을 지원받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항공 측은 이에 앞서 지난 8월 유상증자를 진행해 실탄을 마련했다. 당시 제주항공 실권주 일반 공모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였다. 당시 실권주 120만주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 1조2,000억원의 자금이 모여 79.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기내식 사업부 매각과 유상증자로 약 2조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2조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이고 있어 당장 다른 부분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 내년에 이용할 비용도 필요한 상황이다. 송현동 부지 매각도 자구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 서울시 측과 갈등을 빚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항공도 지난달 1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협의 및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사실상 미뤄진 상태로 알려진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모두 기안기금 신청 지연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높은 이자율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의 경우 항공업계 지원금에 대한 이자율이 1% 내외에서 많아야 3~4% 수준인데, 한국은 신용등급에 따라 연 5~7%대의 금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LCC가 국내선 항공권을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 각 사
국내 항공업계가 각자도생을 위해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 각 사

일부 항공사는 기안기금 신청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자구책 마련만이 살 길이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는 생존을 위해 자금마련 방도로 유증을 선택했다. 유증은 투자자만 모집하면 단 시간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며, 금융권에 이자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존재한다.

특히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기안기금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유증만이 살 길이다. 진에어는 지난달 말 유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진에어는 지난달 말 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해 당장 필요한 자금은 마련한 상황이다. 진에어의 유증 성공에는 한진칼의 지원이 있었다. 한진칼이 진에어 유증으로 인한 배정 물량 전량을 소화하기 위해 536억원을 투입했다.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도 직원들과 일반 투자자들이 청약을 이행하면서 유증을 마무리 지었다.

LCC업계 1, 2위인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유증 성공에 후발주자인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의 유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티웨이항공은 11월에 66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고, 에어부산은 78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12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의 유증은 다소 긍정적이다.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가 3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지난달 19일부터 이틀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 BW 청약에 약 3,411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이자율은 2%, 만기 수익률은 4%다. 티웨이홀딩스는 조달한 자금으로 티웨이항공이 추진하는 66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이 유증에 성공할 시 남는 것은 에어부산이다. 에어부산은 주주 중에 부산시가 포함돼 있어 유증을 추진할 시 부산시의 참여에 초점이 맞춰진다. 부산시는 현재 약 4% 정도의 에어부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시 측에서는 당장에 큰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상황에 국토부 측은 항공업계 고용유지를 비롯한 자금지원에 대해 관계부처와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 측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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