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강행 의지를 밝히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일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7 재보궐 선거에 후보 공천을 강행하면서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민주당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후보자 추천 금지 입법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고 있다. 

2일 국민의당은 재보궐 선거의 책임이 있는 정당은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언급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기회로 당선자의 중대 범죄로 인한 재보궐 선거의 경우 원인 제공 정당의 공직 후보 추천을 법률로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 돼 있다. 당헌을 따를 경우 민주당은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은 당헌 개정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양일간에 거친 전 당원 투표 결과다.

현행 당헌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당 대표 시절 작품이다. 정치 혁신을 강조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같은 원칙도 결국 당리당략 앞에는 무의미해졌다. 사실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당의 ‘의지’만 있다면 손쉽게 뒤집을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그간 야권은 ‘명분’을 앞세워 여당을 압박해 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한 분위기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선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정당의 당헌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해서 공천에 대한 정당의 책임을 강화하는 책임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발의된 일명 ‘박원순·오거돈 방지법’ 통과를 위해 야권이 공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 ‘박원순·오거돈 방지법’에 야권 공조

앞서 정치권은 지난 7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이후 일명 ‘박원순·오거돈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주축으로 국민의당 의원들이 참여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 선거를 제외한 선거에서 당선자가 성범죄·직권남용죄·뇌물죄 등의 이유로 당선이 무효가 될 경우 소속 정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법을 통해 책임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묻혀있던 법안은 이번 사태로 인해 재조명을 받는 모습이다. 법안을 발의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미적거리고 있어 법률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법안을 행안위 우선 처리 법안으로 상정하고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자.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야권 공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헌으로 추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선 국민의힘과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그 개정안(박원순·오거돈 방지법)을 11월 정기국회에서 입법과제로 양 당에 힘을 모아서 통과시키겠다는 취지”라며 “입법과 예산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만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법안을 심사하고 처리하는데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해당 법안이 사실상 민주당의 의지와 역행하는 만큼 순탄하게 처리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민주당의 관심도 떨어진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올라온 법안이 1,000건이 넘는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에둘러 표현했다.

헌법이 보장한 정당 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법안 검토보고서는 후보자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 없는 정당의 공천권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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