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히어로즈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프로야구에 이름을 새겼다. /뉴시스
키움증권은 히어로즈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프로야구에 이름을 새겼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키움증권의 키움 히어로즈 마케팅이 ‘소포모어 징크스’를 면치 못했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스포츠계에서 2년차에 극심한 부진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을 마감한 가운데, 우려의 시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우려 넘고 성공적이었던 첫해

키움증권이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과 손잡고 프로야구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히어로즈는 앞서 9년 간 함께했던 넥센타이어와의 계약이 만료된 뒤 새로운 파트너로 키움증권을 선택했다.

계약규모는 5년간 매년 100억원, 총액 500억원이었다.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점, 4월부터 11월까지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리는 점, 그리고 히어로즈가 강팀 반열에 올라선 점 등에 비춰 가성비가 훌륭한 마케팅으로 평가됐다. 직접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훨씬 적은 돈을 들이면서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묘수’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히어로즈는 앞서 숱한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프로야구계의 ‘문제아’로 낙인찍힌 상태였다. 

히어로즈의 전 구단주이자 구단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이장석 전 대표는 2018년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고, 야구계에서 퇴출됐다. 이후에도 히어로즈는 구단 운영상의 난맥을 거듭 노출했다. 프로야구의 건강한 질서를 해치는 뒷돈 트레이드 파문의 중심에 섰고,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성폭행 혐의 입건, 선수 간 폭행, 음주운전 등 선수단에서도 불미스런 일이 거듭됐다. 이는 키움증권의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결과적으로 키움증권의 선택은 첫해부터 ‘신의 한 수’가 됐다.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엔 실패했지만, 키움증권은 기대 이상의 브랜드 노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히어로즈는 키움증권이란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스타를 줄줄이 키워냈다. 

◇ 100억원 쓰고 역효과 남긴 올해

하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스포츠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키움증권도 피하지 못한 것이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으며, 줄곧 상위권을 달렸다. 그런데 페넌트레이스 종료를 단 12경기 남겨놓은 시점에 손혁 전 감독이 전격 사퇴했고,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구단 고위진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에 의한 사실상의 경질로 알려지면서다. 특히 이번 사태는 야구인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혔고, 히어로즈를 둘러싼 여론을 재차 악화시켰다.

손혁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 3위를 달리고 있던 히어로즈는 결국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지난 2일 LG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전에서 패하며 포스트시즌도 일찌감치 마감했다. 시즌 초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이 사상 초유의 감독 사퇴 논란에 휩싸인 끝에 초라한 결과를 남긴 셈이다.

키움증권 입장에선 100억원이란 적잖은 비용을 대고도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남기게 됐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야구팬들 사이에선 “키움이 키움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는 히어로즈 구단에서 발생한 문제였지만, ‘네이밍 스폰서’인 키움증권의 이름이 먹칠을 당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일각에선 키움증권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히어로즈 구단이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메인 스폰서로서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넥센타이어의 경우, 여러 논란에 휩싸인 히어로즈 구단에 대해 개선을 촉구하며 스폰서비 지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또한 키움증권과 히어로즈의 계약에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올 시즌 막판 불거진 논란은 물론 앞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과 관련해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히어로즈는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키움증권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히어로즈는 야구계에서 더욱 골치아픈 존재가 됐다”며 “벌써 수년째 개선되는 모습 없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메인스폰서는 마케팅 효과만 챙길 것이 아니라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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