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정연욱 정책위의장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예산안에 대한 ′송곳 심사′를 강조했다. 정부의 예산안이 목적과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그간 과감한 확대 재정을 강조해 온 정의당이 555조 ‘슈퍼 예산’에 딴죽을 걸었다. 이번 예산안이 위기 극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형 뉴딜에 대해 송곳 심사를 천명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정연욱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예산안의 문제점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렵고 국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자영업자는 폐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하지만 2021년도 정부 예산안은 이러한 방향에서 편성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정의당은 심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불요불급(不要不急)하지 않은 예산은 감액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특히 정부의 한국형 뉴딜 사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뉴딜 사업은 정부의 발표와 달리 목적과 취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과거 사업을 재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사업비 21조3,047억원 중 그린뉴딜‧디지털 뉴딜‧안전망 강화 등 신규 사업비는 14%에 불과한 3조119억원에 그친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린뉴딜 사업조차도 변형된 토건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그린 스마트 스쿨 조성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스마트 그린 도시 등은 사회간접자본(SOC)를 확충하기 위한 것이란 견해다. 또한, 정부가 6,334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수소 산업’은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부의 2050년 탄소 중립화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의미는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공공시설에 대한 대규모 교체사업”이라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얻어지는 ‘그레이 수소’를 활용한 수소 산업은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정부의 한국형 뉴딜 예산안이 결과적으로 기존 사업을 재탕하는 것이란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뉴시스

◇ 한국형 뉴딜, 기존 사업 재탕

정의당은 줄곧 신 경제 성장 모델로 ‘그린뉴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정의당의 그린뉴딜이란 경제·사회를 아우르는 대전환 계획이다. 토건 사업 등 과거의 경제 성장 전략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성장 전략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지난 9월에는 ‘탈탄소사회 그린뉴딜 포럼’도 출범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의당은 정부의 예산안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진행되는 사업이 사실상 새로울 것 없고 과거 성장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방식대로라면 대기업 위주의 사업 추진이 이루어져 실제 민생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형 뉴딜은 민간·금융·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형 뉴딜의 면면은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성격의 사업들이 중심”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정부의 사업 예산안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공공병원 건립 및 공공병상 확보 예산 ▲장애인 활동 보조 지원 ▲학급당 학생 수 개선 사업비 ▲정규직 전환 지원 사업비 ▲전 국민 병상 수당 도입 등에 증액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피부에 와닿는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정의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의힘은 한국형 뉴딜에 대해 대규모 삭감을 예고했다. 여기에 정의당도 예산안 대폭 수정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원안 통과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시한인 12월 2일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날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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