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유통업계에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프랜차이즈 매장, 마트, 식당, 편의점 등. 이제는 다양한 곳에서 셀프계산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무인계산대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편의점의 경우, 직원이 아예 없는 ‘무인 매장’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유통업계 내 무인결제 도입 바람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자동화 시대 흐름, 언택트 소비 트렌드, 유통업계의 비용 절감 기조가 맞물려 무인 시스템 확산을 이끌 것이라는 의견이다.  

기자 역시 최근 들어 이런 풍경을 부쩍 느끼고 있다. 지난달 기자가 살고 있는 동네 중형 마트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오픈했다. 매장의 인테리어와 동선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셀프계산대 도입이었다. 유인 계산대의 자리가 대거 축소되고, 빈자리에는 셀프계산대 여러 대가 대거 들어섰다. 유인계산대는 4대에서 2대로 줄어들었다. 

셀프계산대 이용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몇 개의 기본 버튼을 누른 뒤, 상품의 바코드를 찍고 카드를 넣으면 계산이 끝났다. 직접 계산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계산대수가 늘어나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간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편리함과 함께 씁쓸한 뒷맛도 감돌았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 필연적으로 사람의 일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이런 무인화 문제로 마트산업노조와 대형마트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마트산업노조는 한 대형마트의 무인계산기 도입 확대 정책이 계산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무인계산대가 들어선 일부 지점에서 인력 감축과 강제 전보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대형마트 측은 무리한 구조조정 대신 인력 재배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갈등이 이어졌다.  

유인 계산대가 축소될 시, 관련 신규 인력 채용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고용된 계산원들은 안내·영업 등 다른 업무로 재배치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 고용효율화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사회적 고용 약자라는 점이다. 마트 계산원은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그나마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로 평가된다.

무인화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일 수도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자동화 시스템은 더욱 발달 될 수 있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할 고용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정책적인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통업계와 정부가 언택트 문화 확산에 발을 맞추는 것 만큼, 사회적 고용 약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일자리 대책 논의에도 속도를 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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