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와 '빅마켓'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각 사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좌)와 '빅마켓'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각 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유통 양대산맥의 ‘창고형 할인점’ 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마트의 트레이더스가 3조 매출을 목전에 두며 코스트코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빅마켓은 8년 만에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일까.

◇ 3조 매출 앞둔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추월 가속’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성장세가 매섭다. 코로나19와 온라인에 밀려 침체 국면에 놓인 오프라인 채널에서 독야청청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레이더스의 올해 매출이 3조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이미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전체 실적(2조3,371억)에 근접했다. 500억원에도 못 미쳤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2010년 경기도 용인에 1호점을 열며 목표점으로 삼았던 코스트코(약 4조 매출)의 대항마로 당당히 자리하게 된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묶은 퓨전 전략이 트레이더스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우선 후발주자로서 코스트코에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회원제를 채택, 차별화를 꾀했다. 회원 운영에 있어서는 방문과 구매에 제한이 없는 대형마트 시스템을 택하면서도 매장 진열과 상품 구색은 창고형 할인점을 따랐다. 대형마트의 15분의 1수준인 4,000여개로 한정된 품목을 박스 채 진열해 자영업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그룹의 대형 유통점포와 연대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문을 연 경기 부천점과 부산의 명지점은 그룹의 종합쇼핑몰인 스타필드와 함께 둥지를 틀었다. 또 서울 입성의 포문을 열었던 노원구 월계점은 리뉴얼 된 이마트와 함께 미래형 점포 콘셉트인 월계 이마트타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엔 자체 브랜드(PL)인 ‘티 스탠다드’를 선보이며 대단량 운영, 대량매입, 저마진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 줄폐점 빅마켓, ‘존폐 기로에’

그러나 롯데쇼핑의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은 트레이더스와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트레이더스가 19호점(안성점)을 확보하며 청사진인 ‘2030년 매출 10조 달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반면, 빅마켓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빅마켓은 2014년 이후 ‘출점 제로’ 상태에 빠지며 이상 징후를 드러냈다. 빅마켓으로 추진 돼 온 대구 칠성점과 광주 첨단점이 롯데마트로 방향을 틀면서 추가 출점에 잇따라 실패했다. 출범 초기부터 점포 확장에 애를 먹으며 철수설이 끊이지 않았던 빅마켓은 비효율 유통 점포 200곳을 정리하는 그룹의 구상에 따라 3곳(신영통점‧킨텍스점‧도봉점)이 폐점해 현재 1호점인 금천점과 영등포점만이 남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빅마켓 MD조직이 롯데마트로 흡수돼 이들 두 개 점포에도 위태로운 시선이 보내지고 있다.

코스트코와 동일한 회원제도매클럽(MWC)의 운영 방식이 패착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문턱을 낮춘 트레이더스와 정반대의 전략을 고집해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빅마켓은 트레이더스 보다 2년이나 늦게 출범하고도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연간 회원비를 받으려면 코스트코처럼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특산물’들을 갖춰야 하지만 빅마켓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올해 유료회원제를 폐지한 건 이러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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