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와 관련해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이날 김 지사의 댓글 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 후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하기로 하고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 측근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식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1심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후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 지사는 이날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 구속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공직선거법에 무죄를 선고하는데 피고인의 보석을 취소할 일은 아니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경수 지사는 선고 직후 법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즉각 상고하겠다”며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다. 나머지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로그 기록을 통해 제시된 자료들을 충분한 감정 없이 유죄로 판결한 것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김 지사가 징역 2년을 선고받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김경수 지사는 대법원에서 남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늘 그래왔듯 흔들림 없이 도정 활동에 매진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 하겠다”며 “항소심 선고에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오늘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김 지사의 불법행위들은 모두 인정됐다”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지사직에서 물러나야할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 대선주자 놓고 고민 깊어지는 친문

이날 재판 결과는 향후 김 지사의 정치 생명은 물론이고 대권 구도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날 김 지사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조기에 이뤄지고 김 지사가 최종심에서 기사회생할 경우 그때부터 대권 구도에 본격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김 지사의 차기 대선 도전은 어려워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내년에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처럼 무죄 취지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김 지사가 현실적으로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2심에서 완전히 정리가 됐으면 모르겠지만 재판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시간표 상으로 김경수 지사의 차기 대선 도전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김 지사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을 경우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간의 양강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 지사가 무죄를 받으면 이낙연 대표를 지지하거나 상황을 관망하던 친문 지지자들이 대거 김 지사에게 쏠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김경수 지사가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양강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친문의 고민은 다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문이 당분간 양강구도를 관망하면서 제3의 후보를 물색할 것인지, 계속해서 이 대표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앙금을 뒤로하고 대선 경쟁력을 고려해 이재명 지사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이 내세울 수 있는 제3의 후보로는 유시민 전 의원과 정세균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양강구도’가 고착화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것인지는 4월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낙연 대표는 상처를 입게 되고, 민주당도 대선 패배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친문이 대선 후보 선택 기준을 ‘친문 적자’보다는 ‘경쟁력’에 방점을 찍게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날개가 달리고 민주당도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상승하면서 친문이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대선 후보를 내세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향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점점 더 낮아지고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친문 핵심들도 ‘친문 적자냐 아니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친문이 이낙연 대표 지지율이 흔들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지를 할 것인지, 아니면 껄끄러움이 남아있는 이재명 지사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제3의 다른 대안을 만들 것인지 당분간 고민 할 것”이라며 “4월 재보선까지는 양강구도가 계속되다가 선거 결과 따라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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