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사장은 지난 6월 부친으로부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넘겨받고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뉴시스
조현범 사장은 지난 6월 부친으로부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넘겨받고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고 3세 후계자로 우뚝 섰던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사장이 가시밭길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권 분쟁 양상에 접어들었을 뿐 아니라, 온갖 악재 및 논란이 거듭되는 모습이다. 가히 ‘최대주주 등극의 저주’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상황인데, 향후 전망 역시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 반전의 최대주주 등극, 험로의 시작

조현범 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에 등극하며 세간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은 지난 6월 말이다. 당시 조현범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태였으며, 핵심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였다. 이에 일각에선 형 조현식 부회장과 함께 형성해온 ‘형제경영’ 후계구도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조현범 사장은 오히려 형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우선, 형제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지분을 조현범 사장에게 넘긴 부친의 결정에 대해 성년후견을 신청했고, 실질적인 후계 경쟁자인 조현식 부회장도 여기에 합류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상황에서 바꾼 지 얼마 안 된 사명도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3세 경영승계를 마무리 지은 시점에 맞춰 지난해 사명 변경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한국테크놀로지가 사명을 침탈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사명 사용 금지 가처분결정을 내린 법원은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사명을 계속 사용할 경우 일정 금액을 지불하도록 결정했다. 또한 한국테크놀로지는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을 형사 고발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명 재변경 준비를 마쳐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현범 사장은 매년 10월이면 돌아오는 국회 국정감사로부터 호출도 받았다. 계열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납품업체 갑질 논란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가 그를 증인으로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조현범 사장은 자신이 실무책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뒤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불과 일주일 전 프로야구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던 그가 국감 출석은 거부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가 야구장만 못하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세간을 들썩이게 만든 타이어전문점 고의 휠 파손 논란도 비켜가지 못했다. 애초에 논란을 일으킨 건 타이어뱅크였지만, 이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티스테이션에서도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호소가 이어진 것이다. 

조현범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가 된 이후 경영권 분쟁은 물론 각종 논란과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뉴시스
조현범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가 된 이후 경영권 분쟁은 물론 각종 논란과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뉴시스

◇ 꼬리에 꼬리 무는 논란·의혹… 2심 판결에 ‘악영향’ 불가피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엔 알짜 계열사 헐값 매각 관련 의혹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SBS는 최근 탐사보도 ‘끝까지판다’를 통해 조현범 사장을 둘러싼 계열사 헐값 매각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비상장 자동차부품 계열사였던 프릭사는 2015년 알비케이홀딩스에 매각됐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한 것은 물론, 65억원에 불과한 매각금액도 수상한 대목이다. 심지어 알비케이홀딩스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지 1년도 채 안된 페이퍼컴퍼니였고, 사실상의 소유주는 조현범 사장과 과거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인물로 확인됐다.

또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알비케이홀딩스는 이후 여러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위장매각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프릭사 관련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코스닥 상장사 한류타임즈는 2018년 프릭사 인수에 나섰다가 35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지급한 뒤 이를 포기했다. 또한 알비케이홀딩스와 한류타임즈의 밀접한 관계를 의심케 하는 정황도 포착된다. 한류타임즈가 알비케이홀딩스와 함께 한 중고차 거래업체를 인수해 자금까지 대여해준 뒤 2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투자를 손실 처리한 것이다. 

이처럼 조현범 사장과 알비케이홀딩스, 한류타임즈로 이어지는 수상한 정황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한류타임즈 소액주주들은 최근 회사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조현범 사장에 대한 진정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현범 사장이 또 다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손에 꼽기도 힘든 이 모든 논란과 의혹은 조현범 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에 등극한 지 불과 넉 달여 만에 발생했다. 모두 조현범 사장의 리더십에 중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악형향을 끼치는 것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현범 사장은 1심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히는 한편, 향후 개선된 모습을 약속해 실형을 면했다. 2심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끝이지 않는 잡음은 그의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게 만든다.

조현범 사장이 최대주주에 등극하고도 아직 갈 길이 먼 이유이자, 험로가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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