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일 재차 야권재편론을 언급했다. 이에 공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나 혁신 플랫폼을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던진 ‘야권재편론’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그간 군불만 때던 야권 혁신 계획을 직접 띄운 것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다분하다.

안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권재편을 재차 언급했다. 지난 6일 국민미래포럼에서 이를 언급하며 ‘신당 창당’을 시사한 것의 연장선이다.

안 대표는 “(야권에)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지금 현재 상황이 야권의 위기,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데 동의한다면 최선의 방법이 혁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혁신 플랫폼은 다양할 수 있다”며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가 그 차이에 따라 여러 가지 해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야권에서는 반(反) 문재인 연대 등이 물밑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대선 전초전 격인 내년 4·7 재보궐 선거를 목전에 뒀지만 야권의 위기감이 한 몫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가 직접 분위기를 만들고 나선 것은 사실상 야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재 3석밖에 없는 국민의당의 경우 무언가를 하기 위해선 이 틀을 깨야 한다”며 “(야권 재편에서) 국민의당의 지분이 흡수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제3지대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싶어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국민들이 야권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여론을 타면서 내 중심으로 모이자 하는 것”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 야권 통합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야권재편론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명분이 없는 데다 실효성을 거두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뉴시스

◇ ‘야권재편’ 실효성도 의문

그러나 야권재편으로 가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일단 국민의당은 이에 동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혁신과 야권재편 고민을 하셨던 분들, 여기에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의원님들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며 “이번 주에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은 야권의 주도권을 놓치는 데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이 어느 한 정치인이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휩쓸릴 정당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얘기한다”며 “(일부 의원들이) 동조하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실질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재편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안 대표는 공식적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거부하고 사실상 대권 직행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현재 야권이 재편해야 할 실질적인 명분이 미미한 셈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힘을 제3지대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안 대표의 희생과 결단”이라며 “서울시장에 출마하겠고 한다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 재편만을 요구한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항복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의 구상이 현실화 된다고 하더라도 실효를 얻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안 대표가 주장하는 야권재편이라는 것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라며 “국민들에게 식상하다 못해 신뢰를 얻지 못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야권은 이미 국민의힘 쪽으로 재편이 돼 있다”며 “국민의힘이 비대위 시스템을 꾸린 와중에 재편하자고 하면 비대위를 해체해야 하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권이) 반성과 성찰을 먼저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치 자신은 예외인 것처럼 판을 주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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