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새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 외교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주로 외교 분야에서 활동한 외교 베테랑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도 ‘기분파’ 도널드 트럼프와는 전혀 다른 ‘베테랑’ 바이든을 맞이하기 위해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실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했던 불도저식 외교와는 다른 동맹·원칙 등을 중시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에서 탈피, 국제사회의 다자협력관계를 회복해 잃어버린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 부통령(왼쪽)이 2일 도쿄의 일본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晉三, 오른쪽 2번째)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아베 총리의 환영을 받으면서 활짝 웃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공조 강화로 인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한일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정부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조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이던 시절, 아베 당시 일본 총리를 만난 모습. /AP-뉴시스

◇ 바이든, 한미일 공조 강화 가능성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미일관계 강화를 추구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을 역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였고, 이같은 행보로 한국 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진 바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에 싸늘했던 전적이 있었다.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때문이었다. 2013년 12월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한중일 3개국 순방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가 가능했던 이유는 박 대통령을 만나기 사흘 전 아베 총리가 당시 바이든 부통령에게 “한일 관계에서 지나친 대응이 있었다”, “신사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바이든 부통령의 체면이 깎이는 상황이었고,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다. 주일 미국 대사관은 참배 30분 만에 “일본의 지도자가 주변 국가와 긴장을 악화시키려는 행동을 취한 것에 미국 정부는 실망했다”는 담화를 내놨다. 

미국이 일본에 싸늘한 태도를 보였던 것은 ‘한국 편들기’가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인해 한미일 공조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결국 바이든은 외교 베테랑으로서 미국의 국익을 우선해 한미일 협력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일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로 인해 수출규제 등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는데, 미국이 해당 이슈에 개입해 갈등을 종료시킬 수도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9일 강연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바이든은 한일 관계를 중재하려고 할 텐데 (미국이) 일본 쪽으로 쏠리느냐, 아니면 중재력을 우리가 활용하느냐는 우리에게 주어진 큰 도전 중 하나”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역임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입장문에서 “미국이 우리의 입장에서 일본을 설득할 수 있도록 대미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문 정부의 대미외교 실력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오른쪽)이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과 만나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해 미국 정부가 깊은 우려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시 주석은 ADIZ도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12.05 /AP-뉴시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에 대한 견제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하지만 '불도저식 외교'를 하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동맹국 간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3년 12월 바이든 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AP-뉴시스

◇ 대중 견제를 위한 동맹국 압박 여전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기간 중 대중(對中) 견제 정책을 펼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미중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대중국, 대아시아 정책인 인도-태평양 정책의 큰 틀은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표면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겠지만 동맹국 간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더욱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당선인은 올해 ‘포린 어페어’ 3~4월호 기고에서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해 “미국이 중국 혹은 다른 나라를 상대로 한 미래 경쟁에 이기기 위해선, 혁신적 첨단부분(edge)을 더 날카롭게 해야 하고 잘못된 경제 관행과 불공정을 줄이기 위해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언급한 ‘경제적 힘’은 오바마 행정부가 가입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했던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을 연상시킨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6월 TPP 타결을 위한 법안을 공화당과 손을 잡아 통과시켰고 같은해 10월 타결에 성공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잠재 고객 95% 이상이 국외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미국)는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경제의 룰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8월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민주당 정강정책에도 대중 강경대응 방침이 언급돼 있다. 민주당은 당시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과 대만관계법 지원, 중국의 인권탄압 대응 법률의 철저한 집행을 공언했다. 

김준형 원장은 바이든 당선인의 ‘도덕주의’로 인해 미중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바이든 정부에서 신냉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있다”며 “트럼프는 중국을 때리는 것 같아도 뒤에서 단계적으로 합의를 하는 등 유연성이 있었는데 바이든의 도덕주의, 인권 중시가 중국과 더 갈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이 주요 동맹국이자 중국의 인접국인 한국에 선택을 강요할 수 있는 셈이다. 조태용 의원은 이에 대해 “동맹과의 연대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은 우리에게 부담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며 “화웨이 배제, 클린 네트워크 등 대중국 전선에의 동참 요구가 구체화 될 수 있다.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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