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 기대심리 작용… 美 주요 항공사 및 여행 관련주 10~20%↑
대한항공, 주가 2만4,000원대 회복… 국내 항공·여행사도 10%↑
트래블버블 검토 중… 항공·여행업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방법

항공기 기내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일반적인 카페나 음식점, 사무실 등 실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 게티이미지뱅크
항공기 기내에서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일반적인 카페나 음식점, 사무실 등 실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임상3상에서 90% 이상 예방효과를 보이며 호재를 알려왔다. 90% 이상 예방효과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및 보건당국의 기준을 상회하는 수치다. 이러한 소식에 그간 먹구름이 가득했던 항공·여행업계에도 빛이 드는 모습이다.

화이자는 9일(현지시간)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간 백신 전문가 및 과학자들은 75% 수준의 예방효과를 지닌 코로나19 백신을 기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요구하는 효과는 50% 이상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백신이 50~60% 효과만 보이더라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임상3상 중간결과이기는 하나 90% 이상의 코로나19 예방효과는 유의미하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임상3상의 중간결과를 알렸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에 해외증시는 폭등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소식은 그간 코로나19로 꽁꽁 얼어있던 항공 및 여행업계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을 자극했다.

현지시각 9일, 미국 주요항공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10~20% 증가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유나이티드에어라인즈(19.15%) △아메리칸에어라인(15.18%) △델타항공(17.03%)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9.70%) 등의 주가가 상승했다. 또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보잉 협력사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의 주가는 각각 13.71%, 23.26% 상승했다.

익스피디아그룹과 트립닷컴, 트립어드바이저 등 글로벌 여행업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익스피디아 그룹과 트립어드바이저는 각각 24.57%, 21.67%가 증가했으며, 트립닷컴은 13.85% 증가했다.

항공사와 여행업계 등 여행 관련주가 상승하는 현상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됨으로써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대심리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10일 오전 장이 열리기 전부터 대한항공은 포털검색어 상위에 올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항공주의 급등세가 포착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개장 직후 항공·여행업계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5~20% 이상 급등한 채 거래가 이뤄졌다.

항공 마일리지의 유효기간 제도에 따라 일부 마일리지가 소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남은 기간 잔여 마일리지를 효율적으로 소진 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 <사진/기사자료=대한항공 제공>
코로나19 백신 소식에 국내외 항공업계 주가가 들썩였다. 대한항공은 장초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반년 만에 주가가 2만4,000원대까지 상승했다. 사진은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 /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장초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3.62% 급등한 2만6,950원에 거래돼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다소 상승분 일부를 반납하긴 했지만, 오후까지 여전히 12% 상승폭을 그리면서 2만4,000원대를 지키고 있다. 대한항공의 주가가 2만4,000원대까지 회복된 것은 거의 반년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현상으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고 여객수요가 급락한 시점인 지난 3월말 장중 대한항공의 주가는 최저 1만703원까지 폭락했다. 이후 주가는 줄곧 1만원대를 횡보하다 이날 화이자의 백신 발표로 주가가 비상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항공사 주가도 고공비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개장 직후 15.54% 상승한 4,015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지난 3일 무상감자 추진 소식에 주가가 13% 급락한 바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도 이날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9.63%, 20.97%, 24.58% 상승 출발했다.

10일 오후 3시 기준 주가는 상승세가 다소 꺾여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3개사는 약 10~12% 증가폭을 기록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은 1~2%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올해 코로나19로 국제선은 비즈니스 목적의 여객 수송 등에만 운항하면서 국내선 위주의 여객수송에 집중하는 등 사업 확장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소비자들과 항공업계에 국제선 운항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항공업계와 함께 반년 넘도록 울상 짓던 여행업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레드캡투어·참좋은여행·노랑풍선 등 여행사들도 10일 오후 3시 기준 상승세가 줄어들었음에도 평균 7% 정도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 뉴시스
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인 상황에 트래블 버블을 정부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일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카운터. / 뉴시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여행업계에서는 정부 측에 ‘14일 자가격리 조치 완화’ 및 ‘트래블 버블’ 추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래블 버블은 상호협정 체결국 간 여행객에게 격리 조치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현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 트래블 버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홍콩의 경우는 우리나라에도 트래블 버블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업계에서 직접적인 요청이 있었던 만큼 외교부나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등에서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관계부처 간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래블버블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기적 항공편 운항이 이뤄져야 하며, 공항에서 출입국 시 코로나19 검사를 거치고 음성 결과를 받은 후 격리조치를 거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내부적으로는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검역과 격리 부분은 질병관리청 소관이라 국토부에서 임의로 진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트래블 버블에 대해 필요한 수순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허희영 교수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시작된 트래블버블은 인도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미국과 영국 간에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트래블버블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국가끼리 체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국과 영국은 그렇지 않은 국가에 속함에도 양국 출국장과 입국장에서 코로나19 간편 진단을 거쳐 문제가 없는 여객에 대해선 격리를 하루로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래블버블과 관련한 이야기는 지난달부터 나오기 시작해 일부 국가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중에 코로나19 백신 소식이 알려져 좋은 환경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검역을 담당하고 있는 질병관리청에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홍콩의 트래블버블 제안에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항공 및 여행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외교부, 질병청 등이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고 함께 자리해 논의를 한 후 일부 국가에 한해서라도 트래블버블을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9일 트래블버블과 항공업계 시장 회복 등에 대한 ‘항공산업 전망’ 세미나를 항공협회 측에서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해당 세미나는 녹화로 진행되며 협회 측에서 별도로 오는 24일 오후 2시 유튜브를 통해 방송을 진행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