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조사결과, 적합성평가 시험성적서 위조 총 1,700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외 381개 제조업체 또는 수입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통해 부정하게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를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주로 적발된 제품은 △CCTV △PC주변기기 △무선 스피커 등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중저가 전자제품들이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부정하게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 평가를 받은 국내외 수입·제조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0일 브리핑을 통해 국내·외 381개 제조업체 또는 수입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통해 부정하게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 평가를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 평가는 전파법 제58조의2에 의거해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제조‧판매‧수입업체가 기자재를 시장에 유통하기 전에 기술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인증받거나 등록하는 제도로, 전파 혼‧간섭을 방지하고 인체나 기자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기정통부는 시험성적서 발급기관이 미국 소재의 글로벌 시험기관 ‘BACL’로 표기된 시험성적서의 일부가 실제로는 중국에서 시험·발급된 정황을 지난 5월 15일 관련 업체를 통해 제보받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BACL 시험성적서 발급은 법령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업무로, 전문 인력·설비를 갖추는 등 고도의 기술심사 능력이 필요하다. 국내 시험기관 지정 절차 또는 국가간 상호인정협정(MRA)에 따라 지정된 시험기관에 한해 시험성적서를 발급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과기정통부 소속 국립전파연구원이 미국 국립표준연구소 등의 협조를 통해, 미국 BACL이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발급한 시험성적서 전체 내역을 대상으로 시험성적서의 진위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381개 업체의 적합성평가에 이용된 총 1,700건의 시험성적서가 미국 소재의 BACL에서 발급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적발된 제품들 대부분은 △CCTV △PC주변기기 △무선 스피커 등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중저가 전자제품들이다.

BACL 시험성적서 발급은 법령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업무로, 전문 인력·설비를 갖추는 등 고도의 기술심사 능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 국내 시험기관 지정 절차 또는 국가간 상호인정협정(MRA)에 따라 지정된 시험기관에 한해 시험성적서를 발급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상호협정 등 지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중국 소재(동관, 선전, 청두)의 BACL시험소는 시험 권한이 없다”며 “해당 시험소를 통해 발급된 시험성적서는 효력이 없어 전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파법에 따라 시험성적서 위조 등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은 경우에는 적합성평가 취소 및 기자재 수거 등의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며 “적합성평가가 취소되면 취소된 날부터 향후 1년 간 적합성평가를 다시 받을 수 없게 되고, 적합성평가를 다시 받기 전까지 해당 기자재는 제조·수입·판매 등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도 정부가 수거해 직권 시험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거에 판매된 제품은 추적이 힘들 듯 하다.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제품의 유통이 2012년부터 장기간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제품들은 ‘싸게 사고 짧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추적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시험성적서 위조는 방송통신기자재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번 적발 내용이 국내·외 다수 업체에 관련되어 있고 적발 기자재 중에 CCTV, 블루투스 음향기기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이용되는 다양한 제품들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안전한 전파환경 유지를 위해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상호인정협정 체결국과 협력하여 시험성적서의 진위 확인절차를 강화하고, 위조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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