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 테마주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시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 테마주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대권후보로 급부상하는 등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몇몇 기업의 주가가 난데없이 들썩이며 ‘테마주 현상’이 또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개미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 존재감 크지 않던 중소기업 덕성, 주가 들썩인 이유는?

덕성은 합성피혁 제조업체다. 지난해 연결 기준 86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중소기업 해당된다.

덕성의 주가는 최근 매섭게 폭등했다. 지난달 30일만 해도 4,600원으로 장을 마친 주가가 지난 2일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3일엔 3일엔 7,000원 고지까지 정복했다. 다시 지난 11일엔 상한가를 기록하며 9,620원에 장을 마쳤고, 12일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장중 한때 1만1,600원까지 올랐다가 9,940원에 마감했다. 보름도 채 되지 않아 주가가 2배 이상 뛴 것이다.

11월 초부터 폭등세를 나타낸 덕성 우선주 주가 역시 지난 11일 상한가로 장을 마친 데 이어 12일에도 전일 대비 16.8%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폭등의 이유를 덕성에서 찾아보긴 쉽지 않다. 덕성의 상반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인 것은 맞지만, 이러한 실적이 발표된 건 이미 지난 8월 중순이었다. 당시 덕성 주가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6,000원대까지 상승한 바 있다. 최근의 주가 상승세가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보기엔 그 폭이 과도하다.

덕성의 주가에 불을 붙인 건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석열 총장은 최근 연일 집권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야권 대권후보로까지 급부상했다. 지난 11일엔 윤석열 총장을 포함시킨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가 발표됐는데, 윤석열 총장이 여권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성의 주가가 갑자기 폭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덕성은 ‘윤석열 테마주’ 중 하나로 꼽힌다.

◇ 인물만 바꿔가며 같은 현상 반복… 피해 주의보

이처럼 윤석열 총장의 부상과 함께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정치인 테마주 현상은 이번에도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 덕성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윤석열 테마주로 꼽히는 이유를 살펴보면, 경영진이 윤석열 총장과 동문이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사업에 미칠 영향이나 수혜 가능성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앞서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꼽힌 남선알미늄의 주가가 들썩인 것과 다를 바 없다. 남선알미늄이 이낙연 대표 테마주로 꼽힌 이유는 그의 동생이 계열사 대표를 지냈다는 게 전부였다. 심지어 동생이 지난해 11월 물러났음에도 남선알미늄의 이낙연 테마주 행보는 계속됐다.

최근엔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도 황당한 테마주 현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성기업의 주가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행보에 따라 크게 출렁였는데, 그 이유는 바이든 당선인과 한성기업 오너일가 2세가 같은 대학 동문이기 때문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이 해당 대학을 다니던 시절엔 한성기업 오너일가 2세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실체 없는 정치인 테마주 현상 속에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이 돼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개미투자자다. 정치인 테마주 사안과 무관하게 건전하게 투자해온 선량한 주주들 역시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된다.

불과 얼마 전 윤석열 테마주의 길을 먼저 걸었던 남선알미늄과 한성기업의 사례만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8,000원에 육박했던 남선알미늄 주가는 현재 4,000원대 중반에 형성돼있다. 남선알미늄의 경우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최대주주 측이 주식을 대거 매도해 쏠쏠한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성기업 역시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본격 나선 지난 7월 2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현재 현재 9,000원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주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라 하더라도 해당 정치인이 추구하는 정책과 관련해 사업이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유에서라면 충분히 고려해야할 사안”이라며 “그러나 실제 사업이나 영향과 전혀 무관하고 엉뚱한 이유로 주가가 들썩인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관계당국의 철저한 감시 및 관리는 물론, 투자자들 차원에서도 주식시장 질서를 위해 자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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