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율 기준 3~12cd, 유럽 대비 1/3 이하… 단속카메라 기준에 맞춘 것
단속카메라 전국 1만여대 이상, 1대당 3~4천만원… 번호판에 맞춰 교체 불가
미국·유럽, 반사율 높고 카메라 인식 가능 필름 사용… 국내 도입할 필요성 無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차량번호판 반사율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다소 낮은 수치에 머물고 있어 야간 시인성이 떨어진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해 7월부터 새롭게 도입된 자동차 번호판은 빛 반사율(휘도)이 높은 신소재 반사필름이 부착된 것으로 야간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차량번호판의 반사율이 기존 페인트 번호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편차가 너무 커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 한국교통안전공단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국토교통위원회·성남분당갑)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자동차번호판의 반사성능이 다소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반사필름 번호판 도입의 원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현행 자동차번호판 반사율 기준은 3~12cd(칸델라) 수준으로 고시돼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반사율은 야간 시인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치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1cd는 촛불 1개의 밝기 수준으로, 촛불 3개 정도의 밝기인 3cd 이상이면 모두 기준치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시인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와는 동떨어져 있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또한 반사율 값의 편차도 최대 4배 정도나 발생해 자동차번호판 필름제조 업체에서는 법적인 기준만 통과하면 되는 3cd 수준의 필름을 제작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굳이 반사율이 높은 12cd 수준의 필름을 제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야간 시인성을 높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이미 40cd 수준의 반사율을 보여주는 자동차번호판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준이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반사성능이 떨어지는 번호판을 사용하는 배경은 전국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과속·신호위반 단속카메라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로에 설치된 차량 단속카메라는 야간 시인성을 높인 LED형식이 존재하지만, 플래시를 작동시켜 촬영하는 스트로브 형식도 아직까지 함께 사용 중이다. 문제는 스트로브 형식 단속카메라다. 반사율이 높은 자동차번호판을 사용할 경우 빛 번짐이 심해 차량번호판 판독이 불가능한 경우도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 국토교통부
지난 7월 도입된 신형 번호판. 국가상징문양인 태극과 영문 국가코드인 ‘KOR’, 위변조방지 홀로그램 디자인을 추가하면서 반사필름을 부착해 기존 페인트 번호판보다 시인성을 높인 제품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이와 관련해 지속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번호판의 반사율 기준치를 상향해 야간 시인성을 높이고 이러한 번호판을 단속할 수 있는 카메라로 모두 교체한다면 나머지 반사율이 낮은 페인트 번호판을 장착한 약 2,400만여대 차량 단속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국내 실정에 맞춰 반사율을 조정해 기준을 마련, 고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비슷한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청 첨단교통계 관계자는 “자동차번호판 반사율 기준은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제3조 4항에 따라 현재 운용 중인 무인단속장비시스템 및 민간 등에서 설치·운용중인 차량번호인식시스템에서 식별과 인식이 가능하도록 제작·관리돼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도로에 설치된 단속카메라는 전국에 약 1만1,000여개에 달하는데, 1대당 3,000~4,000만원 수준에 달한다. 번호판 반사율 기준에 맞춰 이를 모두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경찰청 측의 설명에 따르면, 결국 국내에서는 현행 3~12cd 수준의 반사율을 보이는 필름만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반사율이 12cd를 초과하면서도 국내에서 운용 중인 단속카메라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필름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반사필름 부착 번호판의 연구용역을 담당했던 한양대학교 윤종영 교수(디테크융합연구소장)는 최근 유튜브 자동차전문채널 모트라인 측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토부의 자동차번호판 반사율 기준이 너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모트라인 인터뷰에서 윤종영 교수는 “향후 굉장히 낮은 기술력으로 제조된 저가의 필름이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유럽이나 미국에서 사용하는 우수한 기술로 제작돼 단속카메라에도 인식되고 휘도도 높은 필름은 대한민국 시장에는 들어오기 힘든 기준을 국토부가 만들어 뒀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자동차번호판은 필름 제조사에 따라 반사율이 1~2cd 수준인 경우도 존재해 시험테스트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측에서는 기준치 이하의 필름이 사용된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는 기준치 미달 제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제품이든 불량품은 나오기 마련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기준치 미달의 필름이 유통됐다면 향후 무작위 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어 보이며, 적발 시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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