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인권 수사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인권 수사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2일 법무부를 통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이 같은 지시는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지난 6월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아이폰을 압수수색하고도 비밀번호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진전을 보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추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발전한다고 했듯이 법률 이치 또한 마찬가지”라며 “디지털 세상에 살면서 디지털을 다루는 법률 이론도 발전시켜 나가야 범죄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의자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법’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추 장관은 “어떤 검사장 출신 피의자가 압수대상 증거물인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껍데기 전화기로는 더 이상 수사가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며 “인권수사를 위해 가급적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지 않고 물증을 확보하고 과학수사기법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핸드폰 포렌식에 피의자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과학수사로의 전환도 어렵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 장관은 영국·프랑스·네덜란드·호주에서 관련 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도 시급히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 대한 실효적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안은 ‘인권 수사’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헌법으로 보장한 방어권 행사를 막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13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무슨 법이라는 것을 만든다는 건데, 그것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방어권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한동훈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감췄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거는 비밀번호를 감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헌법을 악의적인 헌법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위헌이기 때문에 되지도 않겠지만 저는 정말 상식을 벗어난 지시를 추 장관이 하셔가지고, 지금 저뿐만 아니고 법조계에서 난리가 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런 법이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며 “인권 보장을 위해 수십년간 힘들여 쌓아올린 정말 중요한 원칙들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유린해도 되나. 그것도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정부에서”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률가인 나부터 부끄럽고, 이런 일에 한마디도 안 하고 침묵만 지키는 민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한테도 솔직히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장혜영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법무부 수장으로서 추미애 장관이 검찰총장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자신의 본분을 이렇게 망각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들께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 장관은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잘못된 지시를 당장 철회하고 이에 대하여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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