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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슈&팩트(128)] 전기장판, 전자파 때문에 유해할까?
2020. 11. 13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겨울철 가장 사랑받는 난방기구하면 '전기장판'을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전기장판을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에 악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과연 전기장판의 전자파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여름 뜨겁게 내리쬐던 햇볕이 언제그랬냐는 듯 수그러들고, 대신 쌀쌀한 바람에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이 다가왔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이젠 두꺼운 코트를 입고다니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정에서도 슬슬 보일러의 온도를 높이고, 각종 난방기구의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전기장판’는 한국인이라면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전기장판 등 전기 매트류 구매 상담은 지난달에 비해 466%로 크게 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몇몇 소비자들은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휴대폰, 컴퓨터처럼 잠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최소 5시간 이상 몸에 밀접한 상태로 사용하는 전기장판의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전기장판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우리 몸에 유해할까.

◇ 일부 논문선 “전기장판 전자파, 난임 여성에 악영향… 숙면 방해도”

일단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전기장판에서는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가 발생한다. 전자파는 쉽게 말해 전기장과 자기장이 공간상으로 방사되는 파동으로 적외선, 자외선, 가시광선, X선, 감마선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 의학적으로 논란이 되는 전자파는 주로 극저주파 대역의 전자기파(ELF)에 대한 것으로 인체에 유도된 전류가 신경이나 근육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역시 60Hz 주파수 대역으로 극저주파 전자기파다. 

국립전파연구원이 지난 2012년도에 발표한 ‘생활기기 및 휴대전화 전자파의 안전이용 가이드라인 개발연구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0Hz 대역에서 전기장판의 전자파 세기를 나타내는 자기장의 세기는 약 34.1mG이다. 같은 대역의 송전탑이 약 20m 떨어진 거리에서의 자기장 세기가 1mG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우리 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론상으론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전기장판의 전자파 유해성에 대해 확실히 결론이 날만한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상당히 부족한 상태라 확답을 내놓긴 힘든 상황이다. 

전기장판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정도의 한정된 국가에서 사용되는 제품인데다, 1년에 한 계절만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간 이용시 얼마나 신체에 악영향을 주는지 측정이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장판 전자파와 관련한 해외 연구결과는 상당히 부족한 상태로 아직까지 전기장판 전자파의 유해성은 의혹제기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1995년 미국 비영리 의료 그룹 카이저 병원의 드쿤 리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난임 여성이 임신했을 때 전기 담요, 전기장판을 사용할 경우, 태아의 선천성 요료계 기형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etty images

다만 조사 결과 전기장판 혹은 전기담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래된 의학계 논문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95년 미국 비영리 의료 그룹 카이저 병원(Kaiser Permanente)의 드쿤 리(De-Kun Li)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난임 여성이 임신을 했을 때 전기 담요나 전기 장판을 사용할 경우, 태아의 선천성 요로계 기형(Congenital Urinary Tract Anomalies: CUTA)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쿤 리 연구원은 당시 논문을 통해 “전기 담요 사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07년 한양대학교 산업의학과 대학원 이규수 박사과정 연구원은 졸업논문으로 제출한 ‘생활용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노출에 의한 건강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숙면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한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발생하는 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량이 증가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

이규수 연구원은 “2004년 10월부터 2005년 말까지 연령별로 분류한 피실험자 20명을 대상으로 강한 전자파 20mG 이상의 강한 전자파와 2mG 이하의 약한 전자파,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수면 전후의 뇌파 및 심전도, 멜라토닌, 코티졸 분비량 등에 관한 실험을 실시했다”며 “실험 결과 강한 전자파에 노출된 그룹의 수면 전 코티졸 분비량은 평균 3.98pg/㎖이었으나, 수면 후에는 16.8pg/㎖로 상당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20mG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되면 코티졸 분비가 많아지고 심박 간격이 증가하는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쳐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장판의 전자파는 수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양대학교 산업의학과 대학원 이규수 박사과정 연구원이 2007년 개제한 논문에 따르면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20mG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되면 코티졸 분비가 많아지고 심박 간격이 증가하는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쳐 숙면을 방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etty images

◇ “현재 시판 제품은 안전”… EMF인증 제품 사용, 세기·거리 조절하면 전자파↓

앞서 소개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유해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발생하는 ‘전자파’가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지, 전기장판 자체가 유해하다는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전기장판 제품들은 대부분 ‘전파법 제47조의2제1항’의 규정에 의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이란 인체가 전자파로부터 안전한 상황에 있게 하기 위해 생체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자파의 최소강도를 정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에 따르면 전자파의 허용 한계 자기장 세기는 833mG 전기장 세기는 4,166 V/m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 측은 현재 시판 중인 전기장판은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에 따르면 전자파의 허용 한계 자기장 세기는 833mG인데, 전기장판의 자기장은 이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국립전파연구원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생활제품 및 공간 37종에 대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전기장판을 포함한 모든 제품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모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 측은 “전기장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총 노출지수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에 0.79%에 불과해 매우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조사결과에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은 소비자들이라면, ‘전자기장환경(EMF)’ 인증을 받은 전기장판을 구매해 사용하면 좋을 듯 싶다. EMF 인증이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에서 인체 노출과 관련된 가전제품 및 유사기기의 전자기장 시험방법 기준으로 시행하는 인증 제도다. EMF 인증을 받은 제품은 전자파가 일정 수준 이하로 방출되는 제품임을 공식 인증받은 것이다. 

현재 KTC에서는 전기장 세기는 10V/m 이하, 자기장 세기는 2mG로 규격을 정하고 있다.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의 전기장 세기가 4,166V/m, 자기장 세기가 833mG인 것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수치로, 전자파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이용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기장판을 좀더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기장판 강도와 접촉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제공하는 ’가전제품 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기장판의 자기장 세기는 △고온 (5.18mG) △중온(4.18mG) △ 저온(2.5mG)으로, 저온(취침모드)으로 낮추면 고온으로 사용할 때에 비해 5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기장판과 신체 밀착부위의 이격거리를 벌릴 경우, 자기장 세기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고온 모드 기준으로 전기장판과의 거리에 따른 자기장 세기는 △0cm(5.18mG)△3cm (2.55mG)△5cm (2.16mG)로 나타났다. 약 3~5cm의 두꺼운 이불을 깔고 전기장판을 사용하면 전자파 세기를 50% 가량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기장판의 전자파 자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국립전파연구원에서 나온 것은 없다”며 “하지만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통해 전기장판 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기준치를 넘는지, 만족하는지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기준치를 넘는 제품은 없었으나, 장시간 깔고 자는 전기장판 특성상 장기적으로 이걸 사용할 경우 문제가 있는지는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전기장판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자기 전에 먼저 전기장판을 틀어 온도를 높인 뒤, 잘 때는 온도를 낮추거나 끄고, 이불이나 담요를 위에 깔고 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최종결론 : 보류

근거자료:

- ’가전제품 사용 가이드라인’생활용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노출에 의한 건강영향에 관한 연구’, 2007, 이규수, 한양대학교 산업의학과 대학원 (https://academic.naver.com/openUrl.naver?doc_id=12997740&linkType=doclink)

- ’Electric Blanket Use during Pregnancy in Relation to the Risk of Congenital Urinary Tract Anomalies among Women with a History of Subfertility’, 1995, De-Kun Li, Kaiser Permanente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14637150_Electric_Blanket_Use_during_Pregnancy_in_Relation_to_the_Risk_of_Congenital_Urinary_Tract_Anomalies_among_Women_with_a_History_of_Subfertility)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활제품‧공간 전자파 측정결과’ 2019, 5.30

- 국립전파연구원  ’가전제품 사용 가이드라인’ 

-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 인터뷰